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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유감 / 안재승

등록 2018-07-24 18:01수정 2018-07-24 19:06

안재승
논설위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리콴유 세계 도시상’을 받기 위해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개발하는 ‘뉴 여의도 프로젝트’ 구상을 공개했다.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겠다”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 높이를 높이겠다” 등 평소 박 시장답지 않게 발언 수위가 조절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또 서울역과 용산역 구간 철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발 호재를 만난 여의도와 용산의 아파트값이 바로 들썩였다. 여름철 비수기인데도 지난주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0.24%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용산구도 0.2% 상승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1주일 새 호가가 1억~2억원씩 뛰었다. 박 시장의 발언이 정부의 잇따른 대책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그래픽 / 김지야
그래픽 / 김지야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은 그의 기존 정책 방향과 많이 다르다. 박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등 집단개발 방식에 반대하며 ‘도시 재생’을 통한 균형발전에 무게를 둬왔다. 실제로 지난 7년 재임 기간 중 서울에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없었다. ‘도시 행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리콴유상을 받은 것도 도시재생 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여의도의 국제금융 중심지 개발은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비록 청사진 단계였지만 서울시가 2014년 발표한 중장기 도시계획인 ‘서울 2030 플랜’에 담겨 있다. 그러나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이 대개 그렇듯이 먼 훗날의 얘기로 받아들여져 당시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여의도 지역 아파트 10여곳이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에서 제각각 개발하게 놔두는 것보다는 종합적인 개발이 낫다고 보고 박 시장이 ‘뉴 여의도 프로젝트’를 공론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은 피해갈 수 없는 만큼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무엇보다 집값 급등이 불러온 시민들의 고통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점이다. 둘째로, 집값을 잡으려고 총력전을 벌이는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다. 당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정부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명이다. 그런 박 시장이 상징적으로 내세울 만한 대규모 사업이 없다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해 여의도와 용산 개발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개발이라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경직된 태도다. 개발의 타당성과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본 뒤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방식을 통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반대할 시민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값을 띄우며 개발이익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방식은 옳지 않다.

박 시장이 22일부터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달 일정의 ‘현장 시정’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강북에서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북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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