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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설즈버거와 한국의 언론 사주

등록 2018-08-01 15:05수정 2018-08-01 2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뉴욕 타임스> 발행인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가 만나 설전을 벌인 일이 화제다. 트럼프 요청으로 7월20일 만난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섰다. 트럼프가 약속을 깨고 이를 공개하자 설즈버거는 “트럼프의 가짜뉴스란 말이 진실이 아니고 해롭다고 말했다. 언론인에게 ‘국민의 적’이란 딱지를 붙이는 건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신문산업의 반트럼프 증오자들에 의해 위대한 나라가 팔리는 걸 허락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

38살의 젊은 사주 설즈버거의 꿋꿋함은 가문의 오랜 전통에서 비롯됐다. 그의 할아버지 아서 옥스 설즈버거는 1971년 닉슨 행정부의 압력에 맞서 ‘펜타곤 페이퍼’를 최초로 보도하도록 함으로써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전통을 확립했다. 영화 <더 포스트>로 잘 알려진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은 당시 “오케이, 갑시다. 보도합시다”라고 말함으로써 사풍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후 <워싱턴 포스트>는 워터게이트 특종을 하며 세계적 신문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 언론사 사주들의 모습은 초라하다. <동아일보> 김성수 창업주와 <조선일보> 방응모 전 사장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랐다. <조선일보> 방우영 전 사장은 1980년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에 참여하는 오점을 남겼다. 1989년 조선·동아·중앙·한국 사주들이 노태우 대통령 앞에서 한 사주가 무릎 꿇고 “각하, 제 술 한잔 받으시죠”라고 한 일로 옥신각신한 일화는 유명하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2005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으로 주미대사에서 물러났다. 최근 재조사에 들어간 장자연 사건의 초점은 ‘조선일보 방 사장’의 실체 규명이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언론 자유의 편에 서온 미국 언론사 사주와 그렇지 못한 한국 언론사 사주의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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