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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친문, 나이… ‘그래서 뭘 할 건데요?’ / 신승근

등록 2018-08-02 20:29수정 2018-08-03 10:51

신승근
논설위원

후배가 불쑥 물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누가 더 나은가요?” 그나마 점잖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이 심심찮게 얘깃거리로 오른다. “이해찬, 그 사람이 나오는 게 맞아? 그냥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진표, 경제정책은 보수화로 가겠다는 건가?” “송영길, 인천시장 선거도 졌는데. 다른 86세대는 없나?”

그 나물에 그 밥, 별 감동이 없다는 얘기다. 집권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 여권 내부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계산한 게 아니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진표·송영길·이해찬 세 후보의 최근 행태를 보면 딱히 틀렸다고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후보 셋 중에 내가 가장 친문”이라느니 “대통령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관계”라느니 친문 경쟁이 한창이다. 김진표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까지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라는 것이다. 자멸에 이른 친박근혜계의 ‘진박 감별 논쟁’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마치 봉숭아학당을 보는 듯하다.

<광주 문화방송> 주최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첫 토론회. 왼쪽부터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
<광주 문화방송> 주최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첫 토론회. 왼쪽부터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
대통령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여당 대표는 대체로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인사가 맡았다. 60%대 지지율, 당 안팎에 열성적 지지자가 포진한 문 대통령과 친밀도를 강조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금도가 있다.

대통령과 물리적 거리로 ‘친문성’을 감별해선 안 된다. 주변 인물로 내가 진짜 친문이니 우리 쪽에 줄 서라는 건 볼썽사납다. ‘전해철이 있으니 김진표가 진짜 친문이다’ ‘김진표로 당대표를 정리했다며 불출마를 요구해, 이건 아니다 싶어 이해찬이 나선 것이다’…. 각 후보 진영은 이렇게 쑥덕인다. 이러니 ‘친문 좌장과 친문 실세의 골육상쟁’이라 비꼬는 것이다. 친문 좌장을 자처한 이해찬 후보는 친문 원로들의 지원으로, 전해철 의원과 청와대의 몇몇 친문 실세들은 김진표 후보와 한배를 타고 당권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줄서기를 강요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다수를 소외시켜선 안 된다. ‘차라리 친문 적성검사를 하자’는 비아냥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나이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이해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선배였고, 더 윗사람인데 대통령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겠나.” 송영길 후보의 공세에 이해찬·김진표 후보는 “개혁이나 혁신은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방어막을 친다. 송영길 55살, 이해찬 66살, 김진표 71살이니, 송 후보가 논란을 주도한다. 생물학적 나이가 젊다고 비전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경륜이 꼭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문제는 ‘올드한 생각’이다.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75살이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칭한 그의 비전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73살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디제이 디오시(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로 로고송을 만들어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라고 외쳤다.

친문·나이 논란을 벌이느라 정작 중요한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대통령과의 친밀도만큼이나 난관에 봉착한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적 난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 협치, 개혁입법 관철, 정치자금법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포부를 밝혀야 한다.

노회찬 의원이 안타깝게 생을 마친 뒤 2012년 진보정의당 출범 당시 당대표 수락연설이 다시 호출됐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새벽에 이 버스를 타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를 통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수많은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향한 꿈을 절절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도 비전을 보고 싶다. ‘나는 뭘 하겠다’고 소리 높여 외쳐달라.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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