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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불타는 BMW와 집단소송제 / 안재승

등록 2018-08-08 18:59수정 2018-08-08 19:17

2일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 지점에서 베엠베(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경찰청 제공
2일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104㎞ 지점에서 베엠베(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강원경찰청 제공
베엠베(BMW) 화재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일부만 소송에서 이겨도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 모두 배상을 받는 제도다. 멜라민 분유 파동,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파문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집단소송제 도입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법안을 만들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만 7건이며, 18~19대 때 폐기된 법안까지 포함하면 10건에 이른다. 그러나 모두 재계의 반대에 부닥쳐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국내에서 집단소송제는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증권 분야에만 국한해 2005년 시행됐다. 애초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개혁 차원에서 도입하려 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밀려 늦어진 것이다. 이마저도 국회가 재계의 불만을 의식해 소송을 하려면 먼저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절차를 아주 까다롭게 만들었다. ‘소송 허가 소송 3심’과 ‘본안 소송 3심’ 등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된다. 그 결과 지금까지 소송 허가를 받은 사건이 5건뿐이고, 첫 판결은 도입 12년 만인 지난해 1월 처음 나왔다. 그것도 1심 판결이다. 말 그대로 유명무실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집단소송제가 일반화돼 있다. 외국 기업들이 유독 한국 소비자에게 뻣뻣한 이유다. 한 예로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해 집단소송을 제기하자 판결이 나오기 전에 1인당 최대 1100만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패소하면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에겐 달랑 100만원짜리 쿠폰을 제공했을 뿐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들이 처음부터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예방 효과’도 있다.

정부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베엠베 사태 파문이 확산하고 있어 재계가 침묵하고 있지만 상황이 잠잠해지면 이전처럼 다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소송 남발로 우량기업마저 망할 수 있다”는 ‘공포 마케팅’을 펼치고 보수언론도 거들 것이다. 국회가 이번만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만 계속 ‘봉’ 취급을 당해서야 되겠는가.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김현미 장관 “안전진단 안 받은 BMW 강제 운행중지 검토”

▶ 관련 기사 : 잇단 화재 BMW, 유럽도 디젤차 32만대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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