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탄생 114돌인 22일 그의 고향 쓰촨성 광안시에서 동상 앞에 축하 꽃다발이 놓여 있다. 중국신문망 갈무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양대 강국’(G2)으로 발돋움하면서 중국인들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왔다. 이른바 ‘현능주의’ 인재 선임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현능주의는 싱가포르 국부인 리콴유가 주창했다. 그는 생전에 “(나라의) 기획과 실행의 짐은 300인 요인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이들은 뛰어난 자격과 성실한 노력, 그리고 우수한 실적으로 지금 자리에 이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리콴유와 절친했던 덩샤오핑의 중국 역시 엄격한 현능주의다. 간부들은 여러 부서와 지역을 거치며 엄혹한 평가를 통해 지도부에 오른다. 버락 오바마가 혜성처럼 나타나 1인1표 선거로 대통령이 되는 게 미국식 ‘민주주의’라면, 시진핑이 말단 현에서 시작해 시와 성, 부를 거쳐 최고지도자에 오르는 것이 ‘현능주의’다. 중국 관리들은 “대통령 취임 전 오바마 경력으론 중국에선 조그만 현의 책임이나 맡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로 중국은 덩샤오핑이 1978년 12월 개혁개방 노선을 확립한 지 40년이 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양대 강국을 운위한 지는 10년이다. 그사이 관직 경험이 전무해 중국인들 보기에는 조그만 현도 맡기 어려워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타나 중국의 ‘대국 굴기’ 꿈을 마구 흔드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스스로 대단하다고 우쭐하는 정서”를 반성하자는 말도 나온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정작 40년을 맞아 그 자취가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덩샤오핑 생일은 조용히 지나갔고, 선전 ‘개혁개방 박물관’의 덩샤오핑 조각은 시진핑 발언 관련 설치물로 대체됐다. 트럼프의 등장이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징후라면, 임기제 폐지로 절대권력에 다가서는 시진핑 역시 중국 현능주의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는 건 아닐까.
백기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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