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근대 이전에는 ‘문자’를 사용하는 상층 집단의 언어가 사실상 사회를 대표하는 소통 수단이었다. 세대로 보면 대개 장년과 노년이 중심이었을 것이다. 이후의 근대 교육은 폭넓은 중산층 청년층을 가르쳐 사회적 소통의 주도 세력으로 길러냈다. 이때 표준어 사정과 맞춤법 제정이 촉진제 구실을 했다. 이렇게 형성된 신세대는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소통 능력을 체득하여 지금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동안은 인쇄 매체와 전파 매체만으로도 사회적 소통이 충분했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통신수단이 등장하여 세대간의 분화를 재촉한다. 모두가 같은 통신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어떤 매개 수단을 사용하는지는 제각각이다.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메신저 등 매개물에 따라 가지각색의 소통 집단을 이루고 있다. 많이 겹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문자 사용 방식과 수준의 차이는 매우 심하다. 20년 전만 해도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통신 문자를 보고 한글을 괴상하게 만들었다고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이젠 오히려 그들이 청소년들의 약식 문자를 흉내 내는 데 여념이 없다. 낱글자, 줄임말, 초성어 등 그 개념조차 따라잡기 어렵다. 이젠 제목만 보면 어느 연배의 연락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지역간, 계층간의 차이는 줄어들었고 세대간의 차이는 벌어졌다. 언어의 변화는 별로 없는데 언어감각의 차이가 매우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제는 한글 파괴니 외계어니 하고 교조적인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가 지난 듯하다. 언어에 대한 엄격한 규율과 질서보다는 사용 매체에 따라 그 규칙이 어느 정도 헐거우면서도 언어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너그러운 언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언어는 궁극적으로 반듯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잘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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