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팀장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한 가구는 실수요자인가, 투기세력인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정책 신호가 최근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구실을 했다는 진단이 적잖게 나온다. 정부 정책이 다주택자 투기 수요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돈이 되는’ 집 한 채를 보유하려는 수요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애초 집권 여당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초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 마시라”고 했다. “집값이 얼마든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이들은 투기세력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게 민주당 쪽 설명이었다. 이런 기류는 비슷한 시기에 제출된 여당 의원들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서 구체화됐다. 이 법안에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시세 17억원 정도)으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세수 추계에 따르면, 1주택자의 1인당 평균 세액이 현행 49만원에서 0원으로 줄어드는 법안이다. 1주택자의 평균 공시가격은 11억6천만원으로 12억원을 밑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2 대책’에 이어 올해 7월 나온 종부세 개편안도 이런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간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따라 세율 인상 영향권에 드는 이들은 2만6천명(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 가운데 91%(27만4천명 중 24만8천명)가 제외되며, 심지어 1주택자는 시세 23억원 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세율이 오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 대책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여당도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최근 집값 과열에 따른 임기응변적 대응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참에 고가 1주택에 대한 세금 부과의 원칙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1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고가 주택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정책적 보호가 필요한 실수요자로 묶어 보는 프레임에 갇혀선 곤란하다. 그간 종부세는 재산의 가치에 매기는 세금이라는 원칙보다는 ‘집 한 채 있는 가구에 과도한 세금을 물려선 안 된다’는 정서가 앞서 나간 적이 많았다.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한 이후,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계층도 고가 1주택자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한나라당은 1주택자 종부세 면제 법안까지 들이댄 전력이 있다. 이런 영향으로 2008년 전체 종부세 납부액의 36.2%에 달했던 1주택자 비중은 2016년에 10.6%로 쪼그라든 상태다.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2016년 기준으로 6만8621명, 과세액은 339억원에 그친다. 그래도 투기 목적과 구분되는 실수요를 보호하겠다면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종부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이 여전히 실거주 사실보다는 1주택 소유 사실에 기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 거주할 공간이지, 투자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어선 안 되는데 제도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노영훈 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 남의 집을 임차해 사는 가구가 자기 집에 사는 1주택 가구에 견줘 자산과 소득이 훨씬 많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1주택 가구이더라도 투기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한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지 더. 굳이 고가 주택에 ‘초’고가라는 수식어를 달아 ‘핀셋’ 강화에 나서려 한다면 그 또한 어불성설이다. 이미 어지간한 고가 아파트도 부부 공동으로 명의를 분산시켜두면 종부세를 면제받는 실정이다. 지금보다 세금을 더 물려야 할 고가 주택의 범주를 너무 좁히진 말자는 뜻이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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