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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설] ‘청와대에 사건 보고’도, ‘문서 파기’도 괜찮다는 법원

등록 2018-09-21 17:17수정 2018-09-21 22:36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특정 사건을 챙겨봐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 박채윤씨 특허분쟁 사건에서다. 상고법원을 염두에 둔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교감 아래 재판에 개입한 정황은 이것 말고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 의혹들의 핵심 인물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20일 기각했다. 특히 유 변호사는 재판거래의 핵심 증거를 대량 파기한 장본인이란 점에서 법원의 이런 결정은 국민 법감정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민 시선쯤은 아랑곳 않겠다는 오만한 태도마저 엿보여 매우 유감스럽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우 전 수석은 2016년 2월초 박 전 처장에게 전화해 “대통령 관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니 챙겨봐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 전 처장은 대법원 시스템을 통해 사건 경과를 확인했고, 임종헌 당시 차장은 유 수석연구관을 통해 처리계획 문건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은 박씨에게 “잘 해결될 거라던데요”라고 알려준 사실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재판 개입이 분명하다. 이 사실은 유 변호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 구속영장에도 포함돼 있었고, 그는 검찰에 ‘문건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써놓고 문건 수만건을 대량 파기했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원고지 18장 분량의 기각 사유를 내놓았지만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라는 검찰 반박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법원이 사법농단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사법부는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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