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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한글의 약점 / 김하수

등록 2018-10-07 20:43수정 2018-10-07 20:57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한글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잘 만들어진 문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남의 글자를 칭찬한다면 마음이 넉넉해 보이기라도 하겠지만 우리가 우리의 글자를 칭찬만 하자니 좀 쑥스러운 면도 있다. 혹시 사소한 점에서라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한글의 약점 같은 것은 없을까?

한글의 약점은 그 장점 속에 숨어 있다. 한글의 장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바로 한글이 매우 과학적이라는 장점 말이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발음이 비슷하면 글자 모양도 비슷하다. 그래서 발음을 정확하게 분별하지 못하면 잘못 쓰기가 쉽다. 특히 처음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예민하게 발음을 분별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과학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한글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풀어쓰는 것이 아니라 네모 칸 속에 넓적한 모양으로 모아써야 하는 글자라는 점이다. 어떤 글자는 그 네모 칸이 무척 비좁다. 그렇다 보니 ‘틀’과 ‘를’, ‘흥’과 ‘홍’, ‘헤’와 ‘혜’ 같은 것이 헛갈리기 쉽다. 운전하면서 도로 표지판에 쓰인 지명이나 거리 이름을 읽을 때, 곁다리로 써놓은 알파벳이나 한자가 더 빨리 인식되기도 한다.

한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나이가 570년 남짓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문자의 세계에서는 미성년이라 할 만큼 아주 젊은 편이다. 한글은 앞으로 오랜 시간 숙성되면서 글자의 모양, 즉 ‘글꼴’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과학성을 유지하면서도 변별력이 높은 글자가 되는 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 서예라든지 한글 펜글씨 등이 공교육에 반영되어 글꼴 발전의 바탕이 되는 손글씨가 다양하게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런 활동을 통해 다양한 글꼴이 자연스레 파생되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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