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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뒷담화 보도 / 김하수

등록 2018-11-18 18:21수정 2018-11-18 19:43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몹시 예민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바로 남과 북의 대화 실무자들이다. 특히 그들의 언어는 품격도 갖추고 민족의 미래도 살피는 사려 깊은 언어였으면 한다. 또한 그들의 언어를 보도하는 매체들 역시 이들의 대화를 선정적으로만 다루지 말고 격조 있게 보도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북의 대화 실무자가 역정을 내며 ‘불바다’라는 험한 말을 꺼낸 것을 그리 요란하게 보도했어야 하나 하는 뒤늦은 아쉬움도 든다. 또 우리 외교관들이 국외에서 북측 외교관에게 천안함 사건을 거론하면서 “남쪽에서 보면 사과 같기도 하고 북측의 입장에서는 사과가 아닌 정도의 표현을 해달라”고 했다고 양측에서 요란하게 보도했다. 더듬어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면서 격분하긴 했지만 과연 그렇게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이 옳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나의 상상이지만 당시에 그런 보도들을 삼가거나 순화했더라면 지금의 남과 북의 관계는 더욱더 진척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한 회한을 가지고 보니 최근에 물의를 빚은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던 한마디가 또 가슴을 찌른다. 대화 실무자들도 지루한 공방을 벌이다 보면 역정도 나고 울컥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속속들이 보도하는 것이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 충족일까?

남과 북은 전쟁으로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고, 복잡한 국제관계가 끝끝내 우리의 행보를 좌절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말 한마디, 기침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그런 뒷이야기들을 우리는 ‘뒷담화’라고도 한다. 그리 생산적이 못 되는 이야기들이다. 숨이 멎을 듯한 긴장과 인내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자잘한 상처를 내기 쉬운 뒷담화보다는 일을 성취한 후에 느긋하게 나누는 후일담이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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