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초 이매방 선생이 삼고무를 추는 모습. 우봉이매방컴퍼니 제공
3살의 이규태군은 엄마 화장대 앞에서 춤추기를 즐겼다. 7살 때 지금으로 치면 아이돌 양성 기획사에 비할 만한 목포의 ‘권번’에 들어갔다. 15살 때 승무로 공식 무대에 섰다. 직접 춤을 배우기도 했던 중국의 경극배우 매란방에서 따온 예명(나중에 개명)은 이후 한국 전통춤의 대명사가 됐다. ‘하늘이 내린 춤꾼’이라 불린 우봉 이매방(1927~2015) 이야기다.
중요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의 예능보유자였던 그는 그밖에도 수많은 춤을 남겼다. ‘역대급’이란 찬사를 받은 방탄소년단의 멜론뮤직어워드 무대에 등장한 ‘삼고무’도 그중 하나다. “북 하나 놓고 승무를 추다가 1948년 북 세개짜리를 창작해냈고, 5, 7, 9고를 통해 4가지로 변하는 리듬의 재미를 발전시켰다. 요즘 흔히 보는 여러명이 나란히 북틀을 놓고 치는 북춤은 그를 원조로 나온 것이다.”(<경향신문> 1984년 6월1일치) 생전 인터뷰와 기사에는 그가 삼고무·오고무를 창작했다는 회고와 기록이 무수하다. <국립무용단 40년>(2002)도 오고무의 원안무는 이매방이라 명시했다.
최근 무용계에서 벌어진 이 춤 논란이 청와대 청원에까지 등장했다. 삼고무·오고무의 저작권을 등록한 우봉이매방컴퍼니가 국립극장 등에 내용증명을 보내면서다. 무형문화재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궁중무용은 저작권이 없지만, 민속춤이나 다른 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위인 이혁렬 대표는 “각종 근거자료를 제시해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개인의 창작을 인정 안 하면 전통창작무용을 누가 하려 하겠나. 원작임을 인정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방탄소년단도 저작권료를 내라는 말이냐 오해하는데 요구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춤사위 등은 전통에서 오는데 구성과 동작의 변형이 어느 정도면 창작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무용계 안팎엔 많다. 저작권료 문제로 이매방 삼고무가 결국 위축될 것이라며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 취지에도 어긋난 지나친 권리남용”이란 비판도 나온다.
지난 1일 멜론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아이돌’의 무대. 동영상 갈무리
2009년 미국 가수 샤키라가 뮤직비디오에 삼고무를 등장시켜 화제가 된 적 있지만, 방탄소년단은 차원이 달랐다. 제이홉이 삼고무 공연단 가운데서 추는 팝핀댄스로부터 지민의 부채춤, 정국의 탈춤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전통을 ‘이색적 배경’으로 쓰는 것을 넘어 과거와 미래를 새롭게 연결하는 문화적 혁신이었다. 전통창작예술의 저작권 논의가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위키피디아처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저작물 사용을 열어놓는 시시엘(CCL) 방식을 비롯해 이매방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널리 춤이 공유될 길찾기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1950년대초 광주에서 이매방 선생이 사람들 앞에서 삼고무를 선보이는 모습. 우봉이매방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