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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포퓰리스트들의 ‘장벽’

등록 2019-01-14 18:25수정 2019-01-14 20: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2월 “장벽이 효과가 있냐고? 이스라엘에 물어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려는 장벽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을 예로 든 것이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접경에 약 700㎞의 방벽을 설치했고, 이집트 접경 일부에도 철책을 세웠다. 이스라엘이 장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는 만큼 장벽이 효과적이란 얘기다.

그러나 장벽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효과를 발휘한다. 이스라엘을 가자지구, 서안지구와 분리하는 장벽 밖의 1인당 소득은 연간 4300달러인 데 반해 장벽 안은 3만5천달러다. 실업률은 서안지구 18%, 가자지구 42%이고, 장벽 안은 4%다. 장벽은 ‘그들’의 민주주의를 박탈함으로써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호한다.

장벽은 반세계화, 반세계주의 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스트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외국인, 소수 종교, 인종, 민족 집단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2017년 ‘독일을 위한 대안’이라는 극우정당 돌풍,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인사 당선 등이 대표적이다.(이언 브레머, <우리 대 그들>)

포퓰리스트들의 장벽은 서구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징표다. 2차 대전 이후 줄곧 민주주의를 지탱해왔던 조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첫째, 전후 급속하게 증가했던 시민들의 소득 수준이 1985년 이후 멈춰섰다. 둘째, 대규모 이민과 사회운동으로 단일 인종, 단일 민족의 지배가 끝났다. 셋째,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거대언론의 지배도 끝이 났다.(야스차 뭉크, <위험한 민주주의>)

전문가들은 이런 시대적 위기의 해결책으로 국내적·국제적 불평등 해소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 빈곤층과 실업자, 노년층에 대한 급여와 연금, 의료서비스 확대 등이 그것이다. 기본소득제, 로봇세 도입 등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와 민주당 간에 멕시코 장벽 예산 대치로 시작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14일(현지시각)로 24일째를 맞으며 최장 기록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장벽을 둘러싼 대결은 어쩌면 미국의 미래, 민주주의 미래를 둘러싼 싸움인지도 모른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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