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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자전거

등록 2019-02-13 18:39수정 2019-02-14 09:36

전우용
역사학자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영감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1933년 김대현이 작사·작곡한 ‘자전거’의 노랫말이다. 정부 수립 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이 노래가 실릴 때 ‘찌르릉’은 ‘따르릉’으로, ‘영감’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필자가 초등학생이던 때 음악 교과서에는 이 노래가 수록된 페이지에 세발자전거 타는 어린이 삽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들 장난감이던 목마의 앞뒤에 바퀴를 단 자전거가 처음 발명된 해는 1791년, 핸들 달린 자전거가 출현한 해는 1817년, 페달 달린 현대식 자전거가 만들어진 해는 1839년이었다. 자전거는 1860년대부터 상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1868년에는 세계 최초의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렸다. 영어사전에 바이시클(bicycle)이라는 단어가 등재된 것도 1868년이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를 처음 들여온 이는 호러스 알렌으로 추정된다. 1884년 조선에 들어와 이듬해 제중원 의사가 되었던 그는 1887년 주미 조선공사관 참찬관으로 미국에 갔다가 1890년 재입국했는데, 이때 자전거를 가지고 왔던 듯하다. 한국인으로 처음 자전거를 탄 사람은 1895년 미국에서 귀국한 윤치호였다. 1890년대 중반께에는 서울에 여러대의 자전거가 있었고, 1898년에는 최초의 ‘자전거 절도’ 사건도 일어났다. 1899년 미국인 상점 개리양행은 <독립신문>에 한글로 된 자전거 판매 광고를 실었다. 그 무렵에는 동대문에서 홍릉에 이르는 길이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길로 꼽혔다. 1907년 6월20일, 한일자전거포 주최로 동대문 옆 훈련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전거 경주 대회가 열렸다. 일제강점기에는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자전거 선수 엄복동이 스포츠 스타로 칭송받았다.

현대의 아이들은 유모차와 보행기를 뗀 뒤 바로 세발자전거를 탄다. 그 뒤에도 인라인스케이트, 킥보드, 스케이트보드 등 온갖 바퀴 달린 것들로 속도를 즐기다가 어른이 되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대인은 바퀴에 익숙한 인간이며, 자전거는 그런 인간을 만든 대표적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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