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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후쿠시마 50과 제염 현장의 ‘원전 집시’ / 김영희

등록 2019-03-11 16:23수정 2019-03-11 19:38

“이대로 가면 일본이 멸망한다. 철수는 없다. 최선을 다하라. 60살 이상은 현지로 가라.” 2011년 3월15일 새벽,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도쿄전력 본사에 쳐들어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철수하려던 경영진을 몰아세웠다.(<멜트다운>, 오시카 야스아키) 이른바 ‘후쿠시마 50’(숫자는 이후 계속 바뀜)이라 불린 노동자들이 현장에 남았다.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과 세계는 ‘가장 긴 일주일’을 보냈다. 12일 1호기, 14일 3호기, 15일 2호기 폭발이 이어지며 대규모 방사능물질 유출의 공포가 번졌다. 17일 헬기로 물을 뿌리는 자위대 작전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온도를 내리기에 역부족이었다. 경찰청과 자위대가 차례로 투입된 지상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도쿄소방청의 ‘하이퍼레스큐’가 나선 18일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고베대지진을 계기로 1996년 출범한 이 특수구조부대는 바다에서 800m 호스를 연결해 22m 높이 굴절살수탑차로 연속 물을 집어넣는 작전을 고안했다.

이들의 13시간 사투로 ‘공포의 일주일’은 멈췄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그 일주일’은 지금도 조용히 계속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린피스는 최근 후쿠시마현에서 제염(방사능 제거)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집중조명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979년 언론인 호리에 구니오가 비정규직에 위험업무가 집중된 원전 현장을 파헤친 <원전 집시>를 펴낸 바 있는데, 40년 뒤 제염 작업에도 이런 구조는 변함이 없다. 특히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제염 프로젝트가 ‘돈 되는 사업’으로 인식되며 경험 없는 하청업체들과 브로커까지 뛰어든 상황이다. 빈곤층, 나아가 노숙인 가운데 인력이 충원되고, 건강증명서가 위조되거나 위험수당을 못 받는 사례도 적잖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나미에 지역의 경우 하루 8시간씩 1년을 일할 때 흉부 엑스선을 100번 찍는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이곳의 방사선 준위가 국제기준에 근접하려면 “최소한 수십년이 필요”하다며 무모한 ‘제염 드라이브’에 이들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년 전 원전 사고 처리 비용을 22조엔으로 추산했지만, 10일 한 민간 싱크탱크는 최대 81조엔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후쿠시마의 오염수, 제염토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11개 도·현엔 ㎏당 8천베크렐 이상의 세슘이 검출된 ‘지정폐기물’ 21만t이 임시보관돼 있는데 처리할 길이 없다. ‘싸고 안전한 원전’ 주장이 미세먼지를 타고 고개를 드는 요즘, 잊지 말아야 할 후쿠시마의 현재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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