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좋음과 나쁨 / 김하수

등록 2019-03-17 17:36수정 2019-03-17 18:50

사회가 발전해 간다는 뜻은 달리 말해 삶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복잡해질수록 알아야 할 정보도 많아진다. 날씨와 관련해서도 옛날에는 덥다거나 춥다거나 하며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점점 복잡한 세상이 되면서 각종 수치와 측정 단위를 사용하게 된다.

일정한 현상을 정밀하게 객관화하는 말은 숫자만한 것이 없다. 기온과 체온은 숫자로 몇 도인지를 백분위로 표현한다. 그리고 습도는 백분율로, 바람의 속도는 초당 몇 미터, 비가 올 확률은 몇 퍼센트, 기압은 몇 ‘헥토파스칼’ 등등 양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단위가 대단히 많다.

그뿐인가? 길거리의 소음이 심하니 시끄러움을 표시하는 단위 ‘데시벨’도 알아야 한다. 요즘은 빛이 너무 밝아서 공해를 일으킨단다. 빛의 밝기는 ‘럭스’를 쓰는데 몇 럭스 이상이 우리 눈에 해로운지 잘 모르겠다. 오존의 농도는 ‘피피엠’이라는 무척 낯선 단위가 사용된다. 우리가 알고 지내야 할 숫자와 단위가 너무 많다. 게다가 이제 와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우리를 예민하게 만든다. 미세먼지의 크기도 ‘마이크로미터’라는 낯선 단위를 쓰지만 다행히 시민들한테 경고하는 경우는 ‘좋음’과 ‘나쁨’이라는 편안한 단어를 쓴다.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평어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숫자보다 평어가 더 편하다. 양적인 의미보다 질적인 의미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는 양적인 정보와 질적인 정보 다 필요하겠지만 보통사람한테는 질적인 정보만 있어도 충분하다. 소음도 차라리 ‘시끄러움’과 ‘조용함’, 너무 심하면 ‘귀 아픔’ 정도로 표시해주는 게 훨씬 유용하지 않을까. 오존 농도 역시 ‘외출 가능’ ‘외출 조심’, 이렇게 표기해준다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편하겠는가?

김하수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헌법재판관 흔들기, 최종 목적이 뭔가 [2월3일 뉴스뷰리핑] 1.

헌법재판관 흔들기, 최종 목적이 뭔가 [2월3일 뉴스뷰리핑]

우리는 정말 ‘정치 양극화’에 반대하나 [강준만 칼럼] 2.

우리는 정말 ‘정치 양극화’에 반대하나 [강준만 칼럼]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3.

헌법이 구타당하는 시대 [세상읽기]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4.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고용도 인연인데, 어떻게 인연을 이렇게 잘라요?” [6411의 목소리] 5.

“고용도 인연인데, 어떻게 인연을 이렇게 잘라요?” [6411의 목소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