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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황교안과 ‘돈키호테 우파들’ 2 / 백기철

등록 2019-04-25 16:39수정 2019-04-25 19:18

백기철
논설위원

“좌파 독재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그 세력만의 ‘위험한 약속’이 실행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80년대 운동권 출신이 행정부를 완전 장악했다. 좌파단체 출신 대법원장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 이미선으로 헌법재판소도 접수, 사법 독재 퍼즐을 완성했다. 국회는 입법 독재를 위한 야합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자유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4당이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추인한 직후였다. 황 대표는 또다시 ‘공안 본색’ ‘돈키호테 우파 본색’을 드러냈다. ‘돈키호테 우파’란 상상 속의 빨갱이, 허상의 좌파를 쫓아 좌충우돌하는 이들을 일컫는다.(<한겨레> 3월29일치 31면 아침햇발 ‘황교안과 돈키호테 우파들’ 참조)

황교안의 글은 운동권이 패스트트랙으로 ‘좌파 독재’ 플랜을 가동 중이란 얘기다. 그는 의총에선 “이들이 국회를 지배하면 경제 망치는 이념법안을 통과시키고, 국가보안법 등 체제수호법안이 폐지되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없어지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개헌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놀라운 과대망상이다. 현 정부가 운동권 책략에 따라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망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행정부·사법부가 새 인물로 바뀌는 건 당연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건 국민과의 약속 이행이다. 돈키호테 우파들에겐 이런 일들이 나라를 빨갛게 물들이려는 거대한 음모로 보이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정용기는 “이들의 목적은 개헌과 남북연방제다. 이 정권 핵심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달고 살았다. 김일성 유훈을 실현하기 위해 밟아가고 있다. 이 전쟁은 헌법 충성 세력과 반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의 싸움이다”라고 했다. 이 정도면 여권 핵심은 모두 ‘내란음모죄’다. 짠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문제는 황교안·정용기 같은 이들이 이를 신념화,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처지에선 패스트트랙을 “의회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라며 반발할 수 있다. 정책이건 인사건 입법이건 각각 근거를 가지고 반대하면 뭐랄 수 없다. 여권이 정권 재창출, 장기집권을 획책한다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이념과 체제를 들이대는 건 차원이 다르다.

주사파 운동권은 실체가 극히 미미한 화석일 뿐이다. 옛소련 몰락, 독일 통일, ‘고난의 행군’으로 대별되는 북한의 추락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고했다. 운동권 인사들은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분투한 것이지 체제와 이념을 떠받든 게 아니다. 촛불로 들어선 정부를 색안경 끼고 보는 건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황교안의 ‘공안 본색’을 거듭 문제 삼는 건 그가 제1야당 대표이자 ‘미래권력’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황교안 집권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정치권·법조·언론·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운동권 색출 ‘광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 제1야당 대표가 이런 잣대라면 개혁입법이고 개헌이고 기대 난망이다.

황교안은 과거 정치인들과도 결이 다르다. 이회창은 와이에스(YS) 쪽에 합류하기 전 야당도 탐낼 정도로 양쪽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명박은 장사치일지언정 공안과는 거리가 있었다. 박근혜는 우파 행보를 거침없이 했지만 권위주의 통치에 가까웠다. 홍준표는 개념 없는 막말에 가깝다. 황교안은 ‘절대 공안’ 말고는 설명할 게 없다.

황교안이 광화문집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대변인’ 운운한 게 정치적 계산인지 감출 수 없는 공안 본색인지 알 수 없다. 어찌 됐든 이런 식이면 보수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공안 본심’은 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아주 많이 변했다. 화석화된 이념 잣대로 세상을 보는 이는 국민 선택을 받기 어렵다.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에 대해선 국민들 판단이 어느 정도 내려졌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경제나 미래, 젠더, 세대 등 다른 이슈가 넘쳐난다. 돈키호테 우파들이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답할 뿐이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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