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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리스펙트] 취집 재테크 말고 비혼 재테크 / 박진영

등록 2019-04-28 17:15수정 2019-04-29 13:52

“저러다가 취집하면 어떻게든 재테크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임.” 직장인 여성들의 재테크 고민을 이야기하는 <어피티>의 영상 콘텐츠 ‘머니로그’에 달린 댓글이다. 여성과 ‘돈 문제’가 엮일 때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꼭 있어서 이 정도 조롱이야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 댓글은 이상하게 자꾸 생각났다. 기분이 나쁜 걸 떠나서 이해가 안 됐다고나 할까. 결혼이 왜 재테크가 되지?

‘소득은 늘리고 지출은 줄여서 자산을 불리는 것’이라는 재테크의 기본 개념으로 바라보면, 아무리 봐도 결혼과 재테크는 거리가 먼데 말이다.(미리 말해두자면, 이건 금수저와 딩크족을 제외한 이야기다.) 일단 결혼을 하면 지출이 커진다. 알다시피 당장 결혼을 하는 데만 들어가는 지출도 어마어마하다. 듀오웨드의 ‘2019 결혼 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자금은 평균 2억3186만원이다. 집과 혼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예식장과 예물, 예단,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이라는 이벤트에 들어가는 돈만 4천만원대. 웬만한 대기업 사원 연봉만큼의 금액이다.

직장생활 몇년간 빡세게 모은 목돈을 결혼이라는 단기지출에 쏟아붓고 나면, ‘자녀 교육비'라는 어마무시한 장기 지출 플랜이 시작된다. 신한은행의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비액에서 기혼(287만원)이 미혼(125만원)보다 2.3배 높았다. 문제는 자녀 교육비다. 여가·취미 활동 및 유흥비, 의류·패션잡화 구입 및 이·미용비는 미혼의 소비 비중이 기혼보다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비에서 기혼의 소비 비중이 14.3%로 미혼보다 9배 높아 전체 지출이 많았다. 금액으로는 21배 높은 수준이었다.

지출이 커지면 저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놀랍게도 저축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20대(33.5%)인데, 30대(26.4%), 40대(23.2%), 50대 이상(22.3%)으로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저축 비율이 줄었다. 딱 하나 특이 케이스가 있다면 3040 미혼. 이 집단의 저축 비율은 32.4%로 20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대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면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해 이직을 할 수도 있고 부업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직장인 유튜버나, 주말에 취미로 클래스를 여는 직장인만 봐도 전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이쯤 되면 비혼, 1인가구 하면 유난히 강조되는 노후 문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1인가구가 노후 준비에 동기부여가 되어서 계획적으로 시작하기만 하면, 자녀가 있는 기혼보다 훨씬 빠르게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우리 세대를 위한 재테크를 얘기할 때 살을 좀 덧붙여서 얘기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득을 얻고, 내 기준에서 합리적이고 가치 있는 곳에 지출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은퇴 후에도 여유롭게 살 정도의 안정적인 금액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이 기준에서 결혼은 나에게 재테크를 성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선택지다.)

취집 재테크를 왜 하나? 난 앞으로 더 잘 벌 수 있고, 더 잘 모을 수 있고, 내 삶을 더 잘 누릴 수 있는 성장주 그 자체인데. 굳이 잘 벌고 잘 살고 있는 여성을 가리키며 들고 온 ‘취집’ 시나리오는, 구려도 한없이 구린 ‘틀린’ 시나리오다.

박진영
경제 미디어 <어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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