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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터넷과 전자발의 / 구본권

등록 2019-04-30 16:34수정 2019-04-30 19: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등 4개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과정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사라진 의사당 내 물리적 충돌을 재연했지만, 뜻밖의 성과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사무처 의안과 출입문을 봉쇄하고 팩시밀리를 부쉈지만, 법안은 온라인을 탔다. 모든 의원 사무실에 깔려 있는 국회 업무망에 접속해 전자입법 발의시스템으로 제출됐다. 의안과도 봉쇄된 사무실이 아닌 다른 사무실에서 업무망에 연결해 접수했다. 애초 인터넷이 핵전쟁에 대비한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로 출발한 것을 고려하면, 비상상황에서 쓸모를 제대로 발휘한 셈이다. 누군가에겐 마치 귀성열차표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섰는데 스마트폰 코레일 앱의 존재를 뒤늦게 안 것 같은 상황일 수 있다.

2005년 전자입법 발의시스템 구축 뒤 첫 사용이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회란 곳이 국민의 일상적 환경과 얼마나 다른지도 드러났다. 기록, 보존, 신속성이 필요한 업무는 거의 대부분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세상이다. 온라인 결재가 상식이 된 지 오래인데 국회에선 여태껏 출입문과 팩스 차단 전략이 유효했다는 게 놀랍다. 20여년 전 경찰이 한총련 비공개대화방 압수수색영장을 갖고 피시통신 회사에 들이닥쳐 “한총련 방이 몇 호실이야? 안내해”라고 요구했다는 시대착오적 코미디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한국은 전자정부 시스템을 각국에 수출하는 이 분야 최고 기술 보유국이다. 193개 유엔 회원국 대상 ‘2018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도 온라인참여 부문 1위를 했다. 현 정부의 광화문1번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도 유용하다. 처리된 법안과 심의 중인 법안의 내용은 물론, 의원별 법안 표결 정보까지 상세하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이 짓밟힌 것을 본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정당 해산을 요구하며 몰려드는 현상도 흥미롭다. 청원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 현재의 대의정치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등장한 셈이다.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 또 유권자들은 어떠한 학습효과를 얻게 될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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