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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사람, 동물, 언어 / 김하수

등록 2019-05-12 17:53수정 2019-05-12 19:04

‘애’라는 말은 나이 어린 사람을 뜻하는 ‘아이’의 준말이다. 그러니 ‘애들’이라 하면 당연히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다른 단어와 복합이 되기도 하면서 그 뜻이 변하기도 한다. 말의 변화와 발전도 일어난다.

다른 나라 국민을 속되게 표현하고플 때는 종종 ‘미국 애들은’ 하는 식으로 말한다. 버젓한 성인인 경우에도 친숙하면서 약간 가볍게 표현하는 말이다. 반대로 특정 국민을 정중하게 말할 때는 ‘분들’이란 말을 많이 쓴다. 종종 재외 교민들이 한국에서 간 사람들을 일컬어 ‘한국 분들’이라고 쑥스러운 표현을 해줄 때가 많다.

생태계를 관찰한 영상물을 보면 그 해설 과정에 ‘녀석’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마치 동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라도 된 것 같다. ‘녀석’은 원래 의존명사이면서 간혹 대명사처럼도 사용된다. “녀석이 또 왔다”며 ‘남자’를 주로 가리킨다. 그러나 동물을 가리킬 때는 암수가 뚜렷하지 않다. 한편 반려견의 견주들은 반려견을 ‘애기’라고 의인화하고 있고, 수의사들은 견주들을 마치 부모 대하듯 부른다.

문법 교과서에서는 뻔한 대명사들로 우리의 ‘인칭’을 논하지만 언어 현장에서는 무언가 좀 색다른 ‘현상’들이 생기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현도 더 다양해졌고 뜻빛깔의 미세한 변화도 눈에 뜨인다. 우리가 우리 언어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언어 현상에 대한 섬세한 감성도 잘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말을 발전시키는 주도자가 될 수 있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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