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확실하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 진짜 거짓말은 속이려는 의도가 있고 거기에서 생기는 이익을 본인이 독차지하는 경우다. 학점이 엉터리이고 토익 점수도 낮은 아들 얘기로 그가 얻을 이익은 없다. 레이건은 갖가지 눈먼 예산을 찾아 먹는 ‘복지여왕’이라는 가짜 인물을 만들어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비판해 집권까지 했다. 이 정도라야 거짓말이다. 둘째, 재미있자고 이야기했을 뿐이다.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끌고 가기 위해 주인공을 ‘내가 아는 청년’이라고 숨겼다. 의도대로 청중이 인물의 정체를 궁금해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꾼이 쓰는 고급 기법이다. 실패와 좌절의 아픔이 깊고 현실과 불화할수록 반전의 맛이 강하다. 재미를 위해 아들 스펙을 낮추었기로서니 비난할 일이 아니다. 점수를 올려 말했어도 거짓말이 아니다. 셋째, 그의 진심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특강 시작 5분 만에 나온 주제다. 장장 10분 동안 공들여 대답했다. 그의 해결책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경제가 나아져야 일자리가 많아지는데 이 정부가 경제를 망쳤다. 민생투쟁으로 체득한 깨달음이라니 뭐라 하겠는가. 사달은 둘째. 설령 일자리가 많아진들 각자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개인 역량을 길러라.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그의 소신이자 철학이다. 그는 보수파가 가진 정치적 상상력의 최대치이자 모범답안이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마음의 습관. 하지만 멘토의 위로나 꼰대의 지적질이 정치인의 언어일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