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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넛지와 다크패턴 / 구본권

등록 2019-08-25 17:00수정 2019-08-25 19:05

화장실 소변기엔 과녁이나 벌레가 그려진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의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넣은 게 경고문구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시카고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넛지>에서 주장한 때문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인데 세일러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고,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의도된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일상 속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주어진 정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제적 인간이라기보다 한정된 시간과 제한된 합리성 상황에서 심리적 영향에 좌우되는 존재라는 것을 설명해냈고, 세일러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운전면허증의 사후 장기기증 의사 표시방법 차이가 오스트리아 99%, 덴마크 4%라는 ‘기증 동의율’ 격차로 나타났다.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 설계에서는 기대한 선택을 이용자로부터 끌어내는 방식이 성패의 열쇠다. 쇼핑과 예약 사이트의 정보 제공은 노골적이다. “남아 있는 상품은 4개뿐입니다.” “이 상품을 함께 보고 있는 사람이 264명입니다.” “오늘 24시까지만 이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구매 패턴을 알고 있는 판매자들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가장 유혹을 느낄 정보를 제시한다.

이용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넛지’와 유사하게 교묘하게 의도된 행동을 이끌어내는 기만적 웹사이트 설계를 ‘다크 패턴’이라고 일컫는다.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1만1천개 쇼핑사이트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조사해 이용자들의 인지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15가지 방법을 목록화했다. 이 대학 연구진은 쇼핑사이트가 제공하는 ‘마감 임박’ 정보의 상당수가 근거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쇼핑사이트의 10%가 1개 이상 다크 패턴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웹페이지 플러그인과 코드를 분석한 결과, 마감 임박 숫자가 무작위 생성되거나 시간 경과에 따라 줄어들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쇼핑사이트 운영자는 이용자 반응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의도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며 교묘한 ‘다크 패턴’까지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 온라인의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성 문제를 적극 다뤄야 하는 이유다. 미국 의회는 거대 인터넷기업들이 이용자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설득적 기술’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감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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