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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어떻게 토론할까 / 김진해

등록 2019-09-01 22:43수정 2019-09-02 14:49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전국이 토론 중이다. 안 그래도 뜨거운 사회인데 뚜껑 닫아놓은 냄비처럼 들끓고 있다. 토론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적과 해야 제맛이다. 힘이나 앎의 차이로 윽박지르거나 꼬드겨 뻔한 결론에 도달하는 토론은 재미없다.

지금의 토론이 중요한 것은 찬반 의견이 ‘국민감정’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감정이나 정서 문제가 개입되다 보니, 토론이란 게 토론자와 분리될 수 없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법을 어겼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미운 감정이 드는 이유는 뭔지 묻게 된다. 과거의 열광과 지금의 실망이 애매하게 공존하는 감정상태. 이 감정상태야말로 우리의 토론을 더 깊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더 두껍고 탄탄하게 만든다.

슬쩍 일반화시켜 말하면, 우리는 모두 이율배반적이다. 양립할 수 없는 여러 기준이 한 사람 안에 양립함으로써 생기는 자기모순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조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당사자로 연루된 문제다.

공정과 정의는 절대적이지 않다. 합의해야 할 ‘양’(정도)의 문제다. 우리는 얼마나 공정할 건가, 얼마나 정의로울 건가. 주제가 피아 감별이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윤리 문제가 아닌, 합의를 해야 하는 양의 문제라면 토론은 알차진다. 게다가 남의 얘기 하듯 하지 않고 자기고백적 토론일 때 적과 공존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다. 결론 내지 말고 문지방에 매달아놓자. 세월 좋은 소리 말라고? 미안하게도 인간만이 판단을 유보할 줄 아는 존재다. 우리는 지금 모순의 내부에 있으면서 모순의 타파를 꿈꾸고 있다. 그러니 결론을 미루고 더욱 토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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