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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총장님 미스터리 / 김일우

등록 2019-09-10 18:01수정 2019-09-11 09:29

김일우
전국1팀 기자

“총장님의 말씀은 다 맞습니다.”

김태운 동양대 부총장은 지난 5일 경북 영주 동양대 대학본부 행정지원처장실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양대는 전날 최성해 동양대 총장 지시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을 조사하는 진상조사단을 내부 인사들로만 꾸렸다. “그럼 (총장 주장에 대한) 조사가 된 건가요?” 김 부총장의 말에 어떤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김 부총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총장님을 믿기 때문에….”

“일부 서류들은 이미 검찰로 이관된 상태이고, 당시 근무했던 교직원도 지금은 퇴직한 상태여서 사실적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동양대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권광선 동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9일 동양대 대학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 총장의 위조 의혹 제기와 관련해 사실상 지금까지 밝혀낸 게 없다는 말이었다. 기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최 총장은 지난 3일부터 조 장관의 부인인 정아무개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딸에게 주려고 총장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언론을 통해 꾸준히 제기했다. 최 총장은 매일 폭로하기 바쁜데 동양대는 최 총장의 폭로에 대해 밝혀낸 게 없고, 밝혀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최 총장의 폭로도 오락가락한다. 총장 표창장 위조에 회유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언론에 하는 말이 자꾸 변한다. 조 장관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이 있다고 했다가, 다시 없다고 한다. 조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번 했다고 했다가 두번 했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나온 총장 표창장이 검찰 조사에서 본 표창장 복사본과 일련번호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가 같은 것 같다고 말을 바꾼다. 그의 폭로를 뒷받침하는 건 오직 ‘자신의 말’뿐이다.

최 총장은 좀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동양대를 설립한 최현우(1927~2013)씨의 맏아들이다. 동양대가 개교한 1994년부터 아버지에게 대학을 물려받아 25년간 총장을 지내고 있다. 2006년 3월31일부터 지금까지 한국교회언론회 이사장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달 23일 ‘조국 후보자님, 조국을 위해서, 조국하시죠’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리고 열흘 뒤 최 총장의 폭로가 시작됐다.

최 총장은 매우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2년 1월10일 ‘조갑제닷컴’에 ‘대학교 현직 총장, 종북 교사·교수들에게 묻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이른바 종북 진보좌파 교사나 교수들은 스스로 물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전 동양대 직원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는 꽤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최 총장은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보성향 교수들을 동양대에 받아들였다. 조 장관의 부인 정 교수(2011년), 진중권 교수(2012년)는 그렇게 동양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최 총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동양대에 데려오려고 했다. <영남일보>는 2012년 11월23일 최 총장이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는 보도를 했다. 최 총장은 다음날 <영남일보>에 자신은 지지 선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최 총장은 되레 자신이 허위 학력 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동양대 졸업장과 표창장에도 자신의 이름 앞에 ‘교육학 박사’라고 표기한 최 총장은 허위 학력 사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의혹을 제기할 때와 달리 자신에 대한 의혹에는 침묵하고 있다. 대신 동양대에는 10일 ‘교육자의 자존심 최성해 총장님 힘내세요(동양장학회 일동)’이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운동회도 아니고 이 문제는 펼침막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최 총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폭로한 것에 대한 근거를 내놓고 자신에 대한 의혹도 설명해야 한다. 지금처럼 숨으면 안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애초 최 총장 스스로 시작한 싸움이었다.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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