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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공원

등록 2019-09-17 17:57수정 2019-09-18 09:54

전우용
역사학자

한국어에서 ‘자연’의 반대말은 ‘인공’이며, ‘자연스러운’의 반대말은 ‘인위적인’이다. 벌이나 개미가 지은 집은 자체로 자연의 일부이지만, 인간이 지은 건조물은 인공물이다. 인간은 자연에 대립하는 유일한 자연물이다. 자연은 인간을 낳음으로써 학대받는 어버이가 되었다. 인류 문명사는 인간이 자기 편익을 위해 자연을 개조하고 순치시켜 온 역사다.

도시는 문명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인류는 지표상의 일정 공간을 성벽으로 둘러싸고 그 안을 인공 구조물들로 가득 채웠다. 자연 경관이 압도적인 농촌과는 달리, 도시 경관은 인공 구조물들에 지배된다. 하지만 인류는 이 공간 안에도 자연을 길들여 배치했다. 영어로 파크(park), 한자어로 원(園) 등으로 불리는 도시 안 또는 성벽 인근의 ‘인위적 자연’은 도시와 함께 출현했다. 인간의 통제하에 도시 안에 남은 자연은 인간의 자연 정복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다만 이 장소의 사용권은 왕과 귀족 등 도시의 권력자들만 가졌다.

시민혁명으로 귀족이 사라지고 산업혁명으로 도시 환경이 악화한 19세기 초부터, 유럽의 일부 도시에서 옛 왕과 귀족의 장원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공유하는 ‘인위적 자연’이 공원(公園)이다. 1844년 영국 리버풀 시민들은 기금을 조성하여 버컨헤드 파크를 공원으로 개조했다. 이것이 근대적 공원 설계의 시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은 1888년 인천 개항장 외국인 거류지에 조성된 만국공원(현재의 자유공원)이며, 1897년에는 서울 남산 주변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왜성대공원을 만들었다. 한국인들은 1896년부터 공원을 만들려 했다. 이해 독립공원 조성과 독립문 건립을 목적으로 독립협회가 설립되었다. 1899년 봄, 한성부는 소유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원각사 터에 자리 잡은 민가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공원은 고종황제 어극(御極) 40년 망육순(望六旬) 칭경예식이 예정된 1902년에 완성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탑골공원이다.

공원은 처음부터 도시의 허파였으며, 도시 주민이 자기 옆에 남겨 두고 길들인 자연이다. 인간이 자연의 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의 반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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