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쓴 ‘김 대표’는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가 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죄 없는 사람들의 죄를 만드는 일을 5년 가까이 하면서 매일 무섭고 힘들었다. 프락치 일을 하면서 제 삶은 무너졌고, 아내와도 이혼했다. 국가권력이 개인의 삶을 5년 동안 빼앗을 수 있느냐.” 국정원은 서울의 한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 출신인 ㄱ씨에게 억대 금품을 제공하며 시민단체 관계자 동향을 캐내도록 했고, 그런 그를 ‘김 대표’라고 불렀다. 지난 24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10만원, 20만원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무서워, 녹음기를 들고 동료와 선후배를 만났다. 사찰 대상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