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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우용의 현대를 만든 물건들] 드론

등록 2019-10-08 18:01수정 2019-10-08 19:03

전우용
역사학자

인간은 먼 옛날부터 하늘과 땅을 다른 세계로 인식했다. 옛사람들은 하늘을 완벽한 조화와 질서의 세계로서 신이 사는 공간으로, 땅은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로서 인간과 동물이 사는 공간으로 생각했다. 땅이 낳은 모든 생물은 땅의 속성을 그대로 가졌으나, 오직 인간만이 하늘의 성질 일부를 가졌다고도 생각했다. 대제사장이나 천자에게 부여된 책무는 하늘의 질서를 땅 위에 구현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가 하늘이었을까? 자기 머리 위? 자기 집 지붕 위? 앞산 꼭대기 위? 아니면 구름 위?

근대 과학이 대기권이라는 높이를 확정한 뒤에도 하늘과 땅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새도 하늘을 날고 비행기도 하늘을 날며, 애드벌룬도 하늘에 떠 있고, 해 달 별도 하늘에 떠 있다. 국어사전은 하늘을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한 공간’이라고 정의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평선과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인간이 하늘에 띄웠던 물체가 한둘이 아니고,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을 난 지도 오래되었지만, 2000년께부터 본격 사용된 드론은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또 한차례 바꾸었다. 드론(drone)은 본래 ‘수벌’ 또는 ‘벌이 웅웅거리는 소리’라는 뜻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무선으로 원격 조종되는 비행체’, 그중에서도 특히 2~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여 상하 전후좌우로 조종이 가능한 비행체를 의미한다.

현대의 신 발명품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 물건도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제작되어, 표적드론, 정찰드론, 감시드론 등으로 분류되었다. 2010년 미군은 공격용 드론을 개발하여 이해에만 파키스탄과 예멘에 122차례의 드론 폭격을 가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이 드론으로 폭격당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드론을 이용한 공중 촬영이 흔해진 것은 2010년께부터다. 그 덕에 현대인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각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이 훈련이 인간에게 새와 같은 감각을 키워줄지 신과 같은 감각을 키워줄지는 알 수 없다.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사람이 타고 다니는 드론도 출현할 것이다. 지상의 혼잡이 천상의 혼잡으로 바뀔 때, 어쩌면 하늘은 ‘지상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전파가 닿는 높이 위’로 정의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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