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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국민과의 대화 / 신승근

등록 2019-11-17 18:50수정 2019-11-18 02:37

대통령은 항상 국민과의 소통을 고민한다. 의회를 상대로 해마다 국정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연두교서, 예산안 제출에 맞춘 시정연설은 가장 전통적인 소통 방식이다. 능력 있고 친근한 지도자로 보이려는 대통령의 욕망은 때로는 좀 더 색다른 소통 시도로 발전하기도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변정담’은 가장 성공적인 국민 소통으로 평가받는다. 세계가 대공황에 신음하던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참모들과 난롯가에 둘러앉아 대국민 담화문을 다듬던 전통을 확장해 라디오로 국민에게 얘기하는 노변정담을 선보였다. 1933년 3월12일 은행업 담화를 시작으로 1944년까지 30차례 진행된 노변정담은 뉴딜정책, 2차 세계대전 발발과 참전, 유럽 전역을 휩쓴 파시즘의 위험성 등을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며 국민을 결집했다.

우리나라에선 대국민 담화가 대세였다. 1972년 10월17일 ‘유신 선포’, 1987년 ‘4·13 호헌 조치’ 등에서 보듯 대개 대통령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지시한 탓에 대국민 담화는 권위주의의 상징물로 전락했다. 물론 1993년 8월12일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 2006년 4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의 ‘독도 대국민 특별담화’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는 담화도 있다.

국민과 직접 대화 형식의 소통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 뒤 도입됐다. 외환위기 속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대중 당선자는 ‘국민과의 티브이 대화’를 열고 외환위기 원인을 진솔하게 설명했다. 취임 뒤에도 ‘국민과의 대화’를 열어 호남 편중 인사 등 관심사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검사와의 대화’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노 대통령은 불시에 기자실을 찾아 현안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는 돌파전술도 썼다. 그러나 직설적인 발언은 때로 설화를 부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 주관 방송사인 <문화방송>(MBC)은 10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300명의 국민 패널을 모집했다. 국민이 듣고 싶은 얘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진정한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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