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ㅣ 경제 미디어 <어피티> 대표
‘돈’을 주제로 밀레니얼 직장인을 떠올려보자. 번 돈은 여행과 식비, 커피값으로 모두 쓰고, 생활비가 모자라 대출을 받고, 노후 문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 소비지향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로 설명되곤 했으니 말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대, 30대는 번 돈 중 소비로 나가는 비중이 가장 작고, 특히 20대는 저축 비중이 전체 직장인 중 가장 높다.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신한은행)
그런데 사람들은 밀레니얼에게 욜로라는 말을 붙이고 싶어 한다. 유난히 욜로라는 타이틀이 밀레니얼에게만 덧씌워지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2030세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광고 슬로건. 모두 내가 초·중학생일 때, 그니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신용카드 광고다.
서동요 마냥, 아이들은 그 뜻도 모르면서 광고 노래를 너도나도 따라 불렀다. 뭘 광고하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적어도 이 광고를 모르는 애들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집에서 받는 용돈으로 학교 준비물을 사거나 군것질하는 게 소비의 전부였던 때였다. 신용카드로 ‘떠나고’ ‘즐기는’ 광고 속 직장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은 ‘밀레니얼’이라 하는 세대가 됐다. 대학생, 취준생일 때까지 ‘3포 세대’로 소개되던 이들은 이제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밀레니얼은 ‘욜로'라는 새로운 단어로 규정됐다.
마치 전에는 이렇게까지 소비지향적인 세대는 없던 것처럼 이야기됐고, 이들의 소비는 ‘나를 위한 소비’ ‘가치소비’라는 말로 포장됐다. 어릴 적 카드 광고에 나온 직장인의 모습 그대로다.
전체 중 소비 비중이 가장 작은 세대라지만 팩트는 상관없다. 학자금 대출 열심히 갚고, 적은 돈이라도 열심히 모으려는 20대의 모습은 ‘20대는 비상금 대출받아서 여행 간다더라’라는 기사 하나로 가려진다.
문제가 있다면 카드사의 소비 조장 문화에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말하던 그해, 수백만 명을 신용 불량의 늪에 빠트린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를 떠올려보라. 이 시기에 카드사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며 되는 대로 돈을 끌어모았다. 이후로 규제가 생기긴 했지만, 소비 조장 분위기는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돌아와서, 편견을 벗고 밀레니얼의 돈 이야기를 바라보자. <어피티>의 한 필진은 최근에 ‘20대에 1억원 모으기’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다른 필진은 금융소득을 생활비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일명 ‘소비 방어'로 월소득의 110%의 금액을 저축했다.
또 다른 지인은 투자원금 5억원을 만드는 게 목표다. 5억원으로 피투피(P2P) 안전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 한 명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는 연봉 규모의 금액이 나온다는 거다.
허리띠 바짝 졸라매서 뭔지 모를 미래를 위해 무작정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을 잘 모으고 불리는 재미를 느껴가며 나를 위해 잘 쓰는 새로운 재테크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쩐지 쓰고 다니는 게 화려해 보여서, 어쩐지 생각 없이 쓰는 것 같아 보여서 밀레니얼의 소비 습관을 걱정하는가? 밀레니얼의 소비에 대한 편견은 어른들이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 밀레니얼은 흥청망청 쓰지 않는다. 당신의 기대와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