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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문빠 때리기’, ‘문파’를 위한 변명 / 신승근

등록 2020-02-20 20:29수정 2020-02-21 02:10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의 행태가 새삼 논란이다. 보수 세력은 이들 ‘문파’를 ‘문빠’로 비하하며 일탈을 성토한다. “문 대통령, 여당 지도부 묵인이 ‘문빠’들의 무차별 공격을 키웠다”는 진단, “도 넘은 극렬 지지층, 문 대통령이 나서 진정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른다.

옳지 않다. 10만명에 이르는 더불어민주당 열성 온라인 당원이 주축이라는 이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2017년 안희정·이재명 후보에게 쏟아진 문자폭탄을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이라고 한 문 대통령 발언을 끄집어내, ‘문빠의 폭력성을 추인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히틀러 추종자가 연상된다”던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 “환자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서민 단국대 교수의 진단을 소환하는 것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팬덤 정치는 문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열성 지지자의 일탈 역시 ‘문파’의 고유색이 아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지지모임,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 조직, ‘태극기 부대’까지 극단적 주장은 항상 존재했다. 보수 세력의 비난은 더 원색적이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면 댓글엔 ‘기레기’ ‘한걸레’가 꼭 따라붙었다. 욕설도 난무한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은 “아빠, 저격글 장난 아닌데. 왜 그렇게 욕을 먹어?”라고 근심한다. “보수가 장악한 네이버 댓글은 감정의 화장실이야. 신경 안 써”라고 답한다.

문파, 손가락혁명군, 황사모, 태극기 부대는 시민의 정치참여가 일상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팬덤을 형성한 이들의 의사 표현이 더 적극성을 띠게 된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이 최근 ‘문파’를 향한 비난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그들이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닥치고 지지’를 겁박하는 홍위병이며, 대통령이 ‘문빠의 분탕질’을 인증했다는 주장은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총선 프레임 성격이 짙다.

민주당에서 “문빠 눈치 보느라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것도 과장이 있다. 공천에서 불리할 때 ‘문빠’를 탓하고, 무소신을 겁박에 질식한 침묵으로 포장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는 보수 세력이 설치한 ‘부비트랩’에 제 발을 들이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 편을 추종·열광하고, 상대를 저격하는 건 팬덤 정치의 속성이다. 다만 그들의 행동이, 추종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일부 ‘문파’의 극단적 표현은 “총선 뒤 문 대통령 탄핵”을 떠벌리는 미래통합당을 어떻게든 꺾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절박함이 모든 걸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심은 우호적이지 않다. 민주당의 친문 인사들에게 물었다. 부동산 폭등, 경제 상황,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선거일 수밖에 없는 집권 4년차 총선을 피할 수 없는 ‘3대 구조적 악재’로 꼽았다. 여기에 민주당의 실수와 열성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표현이 오만함으로 비치는 ‘태도’의 문제가 겹치면서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열성 지지자는 “우리가 문재인 정부를 사수할 최후의 보루”라는 확신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극렬한 지지 표현은 방어 무기지만 내 편을 찌르는 흉기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합리적 지지층이 떠나고 중도층을 등 돌리게 해 민주당을 고립시킬 수 있다. 문 대통령에게 오만과 고집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보수 세력한테 맛있는 먹잇감을 던져주는 패착이 아닌지도 고민해야 한다. 극단적 옹호로 민심을 다잡을 수 없다. 열혈 집토끼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도 없다.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는 아산의 반찬가게 주인을 “불경하다”며 신상털기하고, 민주당이 사과한 임미리 교수를 다시 고발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을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나선다면, 이견에 대한 존중, 최소의 관용조차 없는 시대착오적 행태로 공격받고, 합리적 지지층과 중도층을 더욱 멀어지게 할 수 있다.

홍위병이라는 비난은 부당하지만 ‘국민 밉상’을 자초해서도 안 된다. ‘문파에 대한’ 조리돌림만큼이나 ‘문파에 의한’ 조리돌림도 문제다. ‘도로 박근혜당’ 조짐을 보이는 미래통합당, 특히 선거제도를 악용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허구를 폭로하는 게 더 급한 일 아닌가.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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