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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리스펙트] 코로나에 맞서는 정치 / 허승규

등록 2020-03-01 18:42수정 2020-03-02 02:38

허승규 ㅣ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총선을 준비하는 정당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대구·경북의 청년단체 활동가로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 앞에서, 좋은 정치를 고민하는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스크 착용을 강권하는 부모의 말을 따르고, 손을 잘 씻고, 가까운 이들에게 안부를 나누는 것 말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학적, 의학적으로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바이러스 앞에서 정치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속한 정당, 녹색당은 시민들에게 어떤 대안을 말할 수 있을까.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자원을 공적으로 나눠 쓰는 결정을 한다. 국가, 정부, 시장, 민간, 지역사회의 자원을 어떻게 쓸지 결정한다. 코로나 확진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어떻게 보급할지, 의료 시설을 얼마나 확보할지 결정하는 것이 정치다.

재난이 발생하면 공적인 역할, 정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재난 대처를 개인에게 맡긴다면 돈 많은 자들부터 살아남는다. 비싼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고 최고급 의료진에게 건강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 바다 건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거나, 집에만 있어도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은 버틸 수 있다. 생계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면 집에만 있을 수 없다. 모든 재난에는 불평등의 문제가 있다. 재난에 가장 취약한 이는 사회의 가장 끝에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의 거리가 한산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졌다. 코로나는 시장경제마저 잡아먹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의료 시설 확보도 문제다. 비수도권 중소도시,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평상시 공공의료 확대는 첨예한 쟁점이다. 시장이냐 정부냐의 해묵은 논쟁을 넘어 재난에 대처하는 공공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재난 이후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 병원에 가기 어려워진 이들에게 응답하고,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는 공공의 역할은 정치가 고민하고 대답해야 한다.

제2의 코로나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생태 위기와 바이러스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기후변화, 급속한 도시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등은 신종 바이러스 위험을 높였다.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지구적으로, 생태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재난의 원인을 진단하고, 예방과 대응을 고민하고, 이를 위해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정치는 말해야 한다. 코로나의 원인을 바다 건너 중국과 이해할 수 없는 종교 신천지에서만 찾고, 코로나 예방을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차단에서만 찾으면 나아갈 수 없다. 중국과 신천지가 감당해야 할 몫은 있다. 정치는 그 이상을 말해야 한다.

코로나는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정치활동도 마비시켰다. 총선 연기론도 나온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정당들은 코로나 정국의 유불리만 따질 것이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할지 공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코로나 대응과 코로나 이후의 정치를 고민하는 이들을 살펴보자. 재난을 공적으로 바라보는 정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 개별 국가 단위를 넘어 지구적, 생태적으로 위기를 바라보는 정치에 투표하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가 재난의 가장 큰 예방일 수 있음을, 코로나에 맞서는 정치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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