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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그들이 ’문재인 탄핵’을 꺼내든 이유

등록 2020-03-02 18:26수정 2020-03-03 02:39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과 한선교 대표의 미래한국당,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 등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비주류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그들의 오랜 본능이 되살아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의 심재철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심재철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떠 있다. 2일 오후 현재 143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내용은 “이번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 동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분노 때문일 것이다. 정서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청원은 아무리 봐도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이다.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이 “선거에서 1당을 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 한번 더 하려고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 같은데, 정도가 너무 심하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24일치 1면 머리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는 사설을 올렸다. 2월28일치 사설의 제목은 “100만 넘은 ‘대통령 탄핵’ 청원…여권은 민심에 겸허해져야”였다.

왜들 이러는 것일까? ‘문재인 탄핵’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서울역과 광화문광장 태극기 부대의 단골 구호였다.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의 정체는 분단 체제에 기생하는 자본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을 거치며 ‘영남’과 결합해 공고한 카르텔을 구축했다. 그 시기에 그들은 자신을 ‘주류’(메인스트림)라고 불렀다.

오만은 방심으로 이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정권을 호남 출신 김대중 대통령에게 빼앗겼다. 정부 요직에 호남 출신들이 약진했다. 신문사는 세무조사를 당했다.

2002년 또 한명의 비주류 대통령이 출현한 것은 그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악몽이었을 것이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

선거법 위반은 핑계였다. 본질은 정권을 되찾아오려는 그들의 몸부림이었다.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최병렬 의원이었다. 예순여섯살이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내 나이가 칠십이다. 나에게 다음 대선은 기회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의원 193명 찬성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2004년 3월12일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자 다음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lt;한겨레&gt; 자료사진
2004년 3월12일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자 다음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졸지에 대통령을 빼앗긴 국민의 분노는 무서웠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싹싹 빌지 않았다면 한나라당 의석은 100석 미만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고도 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려고 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전직 대통령’으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비극이 벌어졌고 그들은 또다시 거센 역풍을 맞았다.

비주류 출신 대통령에 대한 끝없는 거부감은 그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일종의 방어 본능이다. 권력은 자신들의 전유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꽤 많이 흘렀다. 이제는 좀 달라졌을까?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그 증거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억울하게 탄핵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했던 사람이 지금 그들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다. 결국 ‘문재인 탄핵’으로 ‘박근혜 탄핵’을 뒤집으려는 속셈일 것이다.

지난 대선 득표율은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다. 홍준표 전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의 반문연대 선언을 환영하며 “대선 2·3·4등이 합치면 황 대표와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런가?

만약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과 한선교 대표의 미래한국당,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 등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비주류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그들의 오랜 본능이 되살아날 수 있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아닌가?

성한용 ㅣ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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