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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똘똘 뭉쳐 오그라든다면 / 성연철

등록 2020-03-15 18:09수정 2020-03-16 02:06

성연철 ㅣ 정치팀 기자

정말 있느냐는 물음은 늘 있지만, 선거는 망설이는 마음들을 어느 쪽이 더 얻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외연 확대니, 무당층이니, 캐스팅보트니 하는 말도 다 중도 이야기다. 설득하고, 세를 얻는 과정이 정치다.

총선을 딱 한달 앞둔 지금. 여당 풍경이 심상치 않다. 금태섭 의원의 경선 탈락과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결정이란 두 사건은 쫓긴 채 자신감을 잃고, 아량도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금 의원 탈락은 피치 못할 일이 아니었다. 석연찮은 추가 공모 과정을 거친 뒤 경선에 부쳤다. 그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비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반대는 적잖은 논란과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당은 그 정도 쓴소리와 독자 행동을 끝내 품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내치고 높이 성벽을 쌓았다. 동료 의원조차 “소신 있는 목소리를 위축시킬까 두렵다” 할 만큼 벽은 높아서 바깥 사람이 쉬 넘나들기엔 무척 부담스러워 보인다.

기어이 참여하기로 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은 또 어떤가.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을 때 민주당은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40일 전이다. 자신감이 넘칠 때였다. 공천 작업은 미리 마련된 매뉴얼에 따라 차질 없었다. 인재 영입도 시의적절한 때를 맞춰 해도 될 만큼 순조로웠다. 상대 당은 허우적거렸다. 대표가 종로 출마를 두고 겁먹은 양 쭈뼛거리고, 영남 물갈이 앞에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데 자책골이 이어지고 상대가 추스르자 민주당은 빠르게 두려움에 휩싸였다. 보수와 극우를 뒤섞어 몸집을 불리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가 ‘밉상’과 ‘터줏대감’들을 골라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성글었던 검증 탓에 인재 영입이 치명타를 입고 ‘쇼’로 평가절하됐다. 민심과 동떨어진 말실수가 이어지더니 칼럼 고소 사건이 벌어졌고, 다들 발뺌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번졌다. 가뜩이나 위축된 민주당을 기겁시킨 건 “총선에서 이기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야당 원내대표의 망언과 엄포였던 것 같다.

민주당은 “상대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 “총선에서 지면 개혁이 물거품이 된다”며 원칙을 놔 버렸다. 비례정당 필요성이 제기된 지 20여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논리를 바꿨다. ‘지금 여론조사대로라면’이란 가정과 ‘진다면’이란 공포 속에 원칙을 던졌다. 막히지 않고 이런 ‘돌변’을 온전히 설명할 사람이 민주당에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지 차마 예상치 못했다’고, 그땐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머쓱한 사과라도 할 법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민주당의 선택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그들이 얻은 승리가 녹록잖았기 때문이다. 플러스알파가 얹혀야 겨우 이겼다. 근래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긴 건 두번이었는데 한번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뒤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그때도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그 뒤 두번의 총선에서 내리 졌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는 이겼는데 박근혜 청와대와 친박이 연출한 공천 막장 연속극이 벌어진 때였다. 그래도 123 대 122로 겨우 한석을 앞섰다. 지난 대선에선 촛불이란 슈퍼파워에 빚졌다.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정당이 스스로 작아지고 있다. 덧셈을 해도 모자랄 정당이 부지런히 뺄셈의 정치를 하고 다른 사람이 넘보지 못하게 담을 높인다. 명분을 놔 버린 채, 속까지 좁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걸 오만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겨우 3년 전이고, 야당이 문재인 정부 내내 비협조와 저주에 가까운 비난으로 일관하고, 상대가 이젠 태극기 부대와 전광훈류까지 모아 도로 자유한국당이 되는데, 이 정도 궁여지책은 이해해줄 것이라고, 아직 총선은 한달이나 남았다고 민주당은 생각할까.

정말 그럴까.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기준은 더 정교하지 않았던가.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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