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아 ㅣ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 대표
초등학교 때 나는 질문이 많은 어린이였다. 수업 시간에도, 집에 와서도 궁금한 것이 많았고, 그런 것이 생길 때마다 어른들에게 질문을 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우리 진아는 호기심도 많지’라고 얘기했고, 그 말은 어쩐지 칭찬 같아서 들을 때마다 뿌듯했다.
이랬던 내가 호기심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생이 된 뒤였다. 그때 우리 반에는 하루에 반갑씩 담배를 피우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온갖 전략을 짜고 이를 실행했다. 학교 담을 넘어 공터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는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하기도 하고, 손에 담배 냄새를 묻히지 않기 위해 항상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긴장을 늦춘 사이 소지품 검사에서 담배가 발견되었고, 친구는 반성문을 쓰고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에 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호기심으로 몇번 해본 것인데 후회가 된다’는 내용의 반성문이 나왔고, 이 사건은 징계 없이 마무리되었다. 나를 뿌듯하게 했던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렇게’ 쓰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뭔가를 훔치거나, 누군가를 따돌리고, 면허 없이 오토바이를 탄 일을 걸렸을 때 그 원인은 항상 호기심이었다. 아이들 잘못 때문에 학교에 온 부모님들도 ‘애들이 호기심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하며 오히려 당당했다. 누가 보면 애들을 무지막지하게 꼬시고 꼼짝 못 하게 만드는 ‘호기심’이라는 악마가 존재한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우리 모두는 이런 상황을 오래 목도하면서 호기심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약해지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호기심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호기심을 정의한다. 교육심리학 사전에서도 ‘항상 생동감 있게 주변의 사물에 대해 의문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는 태도나 성향’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은 마음이나 태도, 성향일 뿐 그것이 곧 행동은 아니다. 어떤 마음을 행동으로 연결하거나 연결하지 않는 데에는 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나는, 그리고 나의 친구들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개인의 의지와 책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호기심을 행동으로 연결했을 때 만들어지는 결과에 대해 똑바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시절 우리가 응당 받았어야 할 시민교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은 아동 성착취 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조모씨와 공범 1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가 ‘박사방 회원들도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하자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처벌에 관해 묻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가 2개월 만에 탈퇴했는데 처벌을 받느냐”고 물었다. 또 어른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 호기심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그러운 선생님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잡게 만들 시민교육이라는 것을. 그 이유가 뭐든, 누군가를 착취하고 피해를 주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사회가 알아야 한다. 최소 26만명으로 추산되는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