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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집단 면역 / 구본권

등록 2020-03-25 19:36수정 2020-03-26 02:42

인류의 전염병 투쟁사에서 영국의 기여는 두드러진다. 1798년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치명적이던 천연두에 우두 접종이 효과가 있다는 실험 논문을 발표한 게 오늘날 백신의 출발점이다. 1854년 존 스노가 런던 브로드가의 콜레라 사망자 분포를 분석해 콜레라가 오염된 식수로 인한 수인성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근대 역학의 탄생 순간이다.

공중보건 선진국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격세지감이다. 지난 1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모든 의심 사례를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기침·발열 증세가 있어도 심각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말고 7일간 자가격리하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봉쇄와 격리, 공격적 검사 대신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집단 면역’을 키운다는 지연 전략이다. 이튿날 영국 정부의 수석과학보좌관은 “국민 60%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감염돼도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쉽게 회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집단 면역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집단 면역은 구성원 대부분이 면역을 지닌 상태로, 감염원 전파가 느려지거나 차단된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 소수 있어도 감염 확률이 낮은 것은 대다수 접종자들의 집단 면역 덕분이다.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은 접종률 95% 이상일 때 형성된다. 감기나 백신이 아닌 인구 60% 감염을 통한 코로나19의 집단 면역은 사회적 자살 행위다. 치사율 1%라고 가정해도 영국인 39만명이 숨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의료시설이 감당할 수 없어 환자 대부분이 병원 문턱도 못 넘고 숨지게 된다. 영국은 코로나 사망자가 420명을 넘은 현재 전 국민 3주간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비상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전문가집단에서 ‘집단 면역’을 통한 방역이 거론됐지만 보건당국에 의해 바로 부인됐다. 35만명이 숨진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검사와 격리, 치료를 통해 확산을 막는 방역정책과 손씻기와 마스크를 통한 개인위생이 현 단계 최선의 방법이다. 국제사회의 평가대로 한국의 전문성 높은 보건정책과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치료제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법을 개척하고 있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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