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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국회 입성기 / 신승근

등록 2020-04-20 17:41수정 2020-04-21 02:39

1916년 독일 올덴부르크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가 처음 설립됐다. 1차 세계대전에서 수류탄 파편 등으로 시력을 잃은 병사들의 사회 복귀 지원을 고민하던 독일은 셰퍼드가 시각장애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안내견으로 활용했다.

동서양의 옛 벽화에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개가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안내견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에도 재미있는 기록이 등장한다. 1282년(충렬왕 8년) 개경에서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은 눈먼 아이가 흰 개의 꼬리를 잡고 길에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밥을 줬는데, 개는 아이가 밥을 먹기 전에 음식을 핥지도 않아 ‘의로운 개’로 칭송받았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 임안수씨가 미국산 셰퍼드를 안내견으로 처음 들여왔다. 본격적인 양성·보급은 1990년대 시작했고, 현재 8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 중이다. 전 세계 안내견의 90% 이상은 인내력과 집중력이 뛰어나고 생김새가 무섭지 않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생후 7주 된 강아지를 1년 동안 위탁 가정에 맡겨 사회화 프로그램인 ‘퍼피 워킹’을 시킨 뒤 8개월 이상 훈련을 거쳐 분양하는데, 안내견 최종 합격률이 30%에 그칠 정도로 양성이 쉽지 않다.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엔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한 안내견 표식을 붙인 개는 동반 장애인과 함께 공공장소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거부당하기가 일쑤다.

2004년 17대 총선 직후 시각장애인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은 본회의장 등에 안내견 출입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허용하지 않았다.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한 국회법을 이유로 들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안내견 ‘조이’의 본회의장 출입을 최근 국회에 요청했다. 정의당까지 응원에 나섰다. 1997년 영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장관(교육부) 데이비드 블렁킷의 사례 등을 참조하며 고심을 거듭해온 국회는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조이의 국회 출입을 허용하되 21대 국회 새 의장이 공식 공표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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