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규 ㅣ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지난해부터 경북 안동에서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라는 공익단체를 시작했다. 주어진 대로 살기보다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은 우리가 모여서 작당을 했다. 동네대학, 먹으면서 친해지기(소셜다이닝), 안동청년 조사연구기록, 소모임과 문화예술 활동 지원, 지역을 넘나드는 네트워킹 활동 등으로 지역 청년 간 소소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올해도 경북 북부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와 지역사회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청년에서 출발해서, 청년 너머로 나아간다. 의정참여단, 시민예산학교, 낙동강 생태 모니터링, 지역 청년들의 토론회 아무말대잔치 등으로 상주, 문경, 안동의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시작했다. 다만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많은 시민이 모이는 행사는 하반기로 연기했다. 그중 하나가 ‘동네 언니 모임’ 기획이다.
성평등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공익적인 주제 중 하나다. 성평등은 특정 지역을 넘어선 전국적인 이슈지만 지방 소멸이 화두인, 청년 세대가 빠져나가는 지방 중소도시·농촌 지역만의 특색이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하는, 유교 문화가 발달한 경북 안동 지역은 전통문화와 맞물린 성평등 문제가 있다. 명절, 제사, 성씨 문화 모두를 관통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현실은 이렇다’가 아닌, ‘그래서 어떻게 변화를 만들 것인가’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좋은 가치일지라도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천년 동안 인류 사회에서 부계중심사회, 가부장제는 오랜 규칙이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신조인 인간의 자유와 평등은 가난·인종·성별·나이·장애 앞에서 속도가 더디었다. 우리는 여전히 장애인 학교가 동네에 생긴다면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군가는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소통해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교과서에는 잘 안 보이는 ‘실천’의 노하우를 통해서 말이다.
경북 안동 지역에서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까? 잘 들리지 않았던 여성 시민들의 목소리를 풍성하게 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생각이 다른 다수 시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동체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한 것은 ‘마이크 독점’을 ‘마이크 골고루 나누기’로 바꾸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 어르신들에게만 마이크를 주는 분위기를 바꿔보자.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해온 수많은 ‘동네 언니들’이 있다. 동네 언니들을 모시고 강연회, 수다회, 영화 상영회 등의 시공간을 만들어보자. 그동안 마이크를 잡지 못해 할 수 없었던 동네 언니들의 수다는 세대와 성별을 넘어 지역사회에 신선한 공익활동이 된다. 지역 청소년, 청년들에게 언니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크나큰 울림이리라. 대다수 50대 이상 남성들의 영역인 정치판에서 활동하는 정치하는 언니, 지역의 다양한 역사와 시간을 기록해왔던 기록하는 언니,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말해온 노동하는 언니, 부조리한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쳐왔던 방송하는 언니 등 다양한 영역의 동네 언니들을 모시는 시간을 준비 중이다. 지역사회에 더 많은 ‘여야회담’(女野會談·여성들의 거친 이야기 모임)이 필요하다. 동네 언니들과 지역사회를 바꾸자.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동네 언니 이야기 들으러 오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