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이다. 그러나 실제 선거는 전혀 다른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오바마 정부의 2인자였던 바이든은 재임 8년간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미국을 안정과 번영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한다. 반면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오바마의 업적을 무너뜨려 왔다. 그는 외교정책에서 오바마의 대표적 성과인 이란 핵합의를 흔들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국내에서는 보편적 건강보험 정책인 ‘오바마 케어’를 해체했다.
트럼프가 오바마를 깎아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수천만명이 실직하며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바이러스로 9만명 이상이 죽었고 팬데믹(대유행)은 미국에서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난 3년간의 업적으로 보여줄 게 많지 않다. 그는 재앙적 실패에 어떠한 책임도 지려 하지 않으며 중국에 모든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그의 11월 선거 상대는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트럼프 지지층에게 오바마는 완벽한 희생양이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바마가 정당성을 갖춘 대통령이라고 믿지 않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인종주의자들은 흑인 미국 대통령을 결코 수용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의 코로나19 대비 부족을 오바마 탓으로 돌리려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쓰레기더미를 물려받았다. 그들은 쓸모없는 진단검사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트럼프 정부 3년 차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 정부가 인공호흡기 등 필수 장비 비축량을 대폭 줄였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사실 전략국가비축고는 인공호흡기를 포함해 핵심 장비들로 꽉 차 있었다. 단지 트럼프 정부가 그 장비들을 필요한 주들에 제공하는 데 느렸던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용으로 들고나온 가장 터무니없는 주장은 ‘오바마 게이트’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시작부터 자신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연방수사국(FBI)에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마이클 플린을 함정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연방수사국이 불법적으로 자신의 전화를 도청하고 선거캠프에 스파이를 심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 범죄”라고 주장한다.
말할 것도 없이, 트럼프는 또다시 일을 꾸미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법무부는 그 주장을 조사해서, 도청과 스파이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의 엄청난 압박을 받고 나서야 최근에서야 플린에 대한 기소를 취하한다고 발표했고, 트럼프는 자신의 오바마 게이트 주장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기편이 오바마 게이트 음모론을 채택해 활용하기를 원한다. 그는 공화당에 오바마를 증언대로 소환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바 장관에게 2016년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트럼프 진영 안에서조차 이런 음모론에 대한 상당한 저항이 있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바 법장관 모두 오바마 게이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다.
또다시, 오바마가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는 자기가 오바마의 성과물들을 뒤집은 게 미국에 이롭다는 걸 입증하려 시도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취임 이후 궤도를 벗어난 미국을 다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나는 오바마 게이트가 트럼프의 좁은 지지층 외에 어디에서도 견인력도 얻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11월 대선에 긴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그는 트럼프나 바이든보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다. 트럼프는 재선하려면 오바마의 평판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대선까지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계속 때릴 것이라고 예상하시라. 이전투구와 근거 없는 비난으로 물든 이번 선거전은 언론이 주목해야 할 스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