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한ㅣ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소수인종학과 교수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대응 방식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약을 복용하라고 권장하고 방역 전문가들의 권고는 무시하면서 연방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방치하는 상태이다. 주정부와 시 차원에서 방역 대책을 세우면서 각자도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번지고 있다. 마스크와 진단키트를 구매하기 위해 각 주가 경쟁하고 메릴랜드주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한 진단키트를 연방정부가 가로챌까 봐 주방위군을 동원하여 보호하고 비밀 장소에 보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최고의 의료 시설과 의료진을 보유한 미국에서 왜 기본적인 마스크, 장갑, 그 외의 의료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러 안 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미국의 이러한 대응 방식은 19세기 말 백인우월주의, 즉 우생학(eugenics)이라는 가짜 과학 이론으로 백색인종의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소수 인종은 열등하므로 인구를 억제하거나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우생학의 원조는 다윈의 진화론인데 그것을 응용하여 ‘사회진화론’으로 변형시켜 동물의 진화론을 인종 진화론으로 둔갑시켜 적용한 것이다. 즉 백색인종은 진화 과정을 다 거쳐 이미 우수한 인종이 되었지만 흑인, 아시안, 인디언들은 아직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미개하고 열등한 인종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들의 진화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능하고 유럽과 미국과 같은 백인 국가들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침략 제국주의는 진화의 과정이라고 정당화한다.
소수계 인종은 열등하기 때문에 인구 억제가 필요하고 그들 인구가 급증하면 백색인종들을 위협하고 서구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따라서 백인 국가들은 비백인들의 이주(유입)를 금지하고 그들 스스로 몰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을 추구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대응하는 트럼프 정책은 이러한 우생학 정책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백악관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그는 바로 반이민, 극우 성향의 우생학을 지지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극우 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바이블로 읽히는 <성자들의 진지>(영어판 The Camp of the Saints)는 1973년 장 라스파유라는 작가가 프랑스에서 출간한 책인데 극우파들의 바이블로 알려져 있다. 굶주린 유색인종 이민자와 피난민들이 프랑스로 대거 이주하면서 서구 문명이 멸망한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유색인종들은 굶주리고 미개한 괴물로 묘사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인들의 것을 약탈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미국에서는 유색인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흑인들의 사망률이 제일 높고 65살 이상의 노인층 사망률은 거의 80%에 가깝다. 라틴계, 아시안아메리칸 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엄청나게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백인들의 피해는 적다. 우생학 논리에 근거해 누군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가능하고,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병들고 가난하고 힘없는 유색인종과 노인들이 대거 사망하도록 방치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계속 증가하여 15만명에 근접할 것이라고 한다. 이민자들의 유입을 금지하고 유색인종들은 죽도록 내버려 두는 21세기 백인우월주의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범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한편 한-미 방위비 협상도 인종적 우월주의에 근거하여 한국을 ‘깔보는’ 협상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터무니없는 방위비를 책정해 놓고 강요하는 방식은 동등한 우방 국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상식 밖의 정책이다. 미국의 인종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공부하고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