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상속세 인하론’의 전제조건 / 곽정수

등록 2020-06-15 17:41수정 2020-06-16 02:41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21대 국회 현안’ 가운데 하나로 상속세율 인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수언론은 마치 인하론에 정당성이 부여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인하론자들은 우리나라 세율이 너무 높아서 탈세를 조장하고, 가업 승계를 통한 지속적인 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6%)의 두배 수준이다. 최대주주에게 적용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까지 더하면 65%까지 치솟는다.

한 30대 그룹 회장은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는 경영권을 물려줄 수 없다”며 “높은 상속세가 탈세범을 낳는다”고 하소연한다. 산술적으로는 창업주가 100% 회사 지분을 가져도 아들을 거쳐 손자까지 내려가면 지분이 12%로 쪼그라든다.

반대론도 만만찮다. 상속세 세수는 2018년 2조5천억원으로, 국세의 0.9%다. 납세자는 8천여명으로, 극소수 부자들이다. 상속세는 소득분배와 기회균등에 기여한다.

미국 공화당 정부가 2006년 의회에 상속세 폐지 법안을 내자 세계적 부자인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이 일제히 반대했다. 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자본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친다는 게 이유였다.

재벌의 승계 논란도 상속세 인하 논의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4년째 검찰 수사를 받는 것도 근본 원인은 ‘세금 없는 승계’ 문제다. 높은 상속세가 탈세를 조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탈세가 상속세 인하를 가로막는 것일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줄 수 없다면 결국 회사를 팔 수밖에 없는데, 자칫 국내 우량 기업이 중국 등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기업은 세금 납부와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한다. ‘세금 없는 대물림’도 문제지만, 상속세가 기업 활동을 해쳐도 문제일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 수준을 우리 현실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먼저 기업이 총수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그릇’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세금을 깎아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체포 진행, 대통령실과 변호인의 궤변 [1월15일 뉴스뷰리핑] 1.

윤석열 체포 진행, 대통령실과 변호인의 궤변 [1월15일 뉴스뷰리핑]

‘비겁한 미치광이’와 그 졸개들 [뉴스룸에서] 2.

‘비겁한 미치광이’와 그 졸개들 [뉴스룸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고양’을 위한 6가지 과제 [왜냐면] 3.

‘지속 가능한 도시 고양’을 위한 6가지 과제 [왜냐면]

[사설] ‘관저 농성’을 ‘방어권’이라고 우기는 정진석의 궤변 4.

[사설] ‘관저 농성’을 ‘방어권’이라고 우기는 정진석의 궤변

검찰개혁의 당위성 보여준 디스커버리 무죄 [아침햇발] 5.

검찰개혁의 당위성 보여준 디스커버리 무죄 [아침햇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