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산 정상에서 백마고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전쟁 격전지인 이곳은 십자포화로 하얗게 벗겨진 모습이 흰말을 닮았다고 해 ‘백마’고지란 이름을 얻었지만, 지금은 수풀이 무성해져 ‘녹마’고지가 된 탓이다. 70년이 지나 녹마로 변한 저 백마고지 뒤편에 북녘땅이 있다. 그러나 초록으로 물든 땅 위에 그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나뉘지 않았다더라면’ 하는 생각 끝에 눈길이 한반도기로 향했다. 남북 모두 푸르른 한 몸의 한반도기에는 경계가 무의미하다. 백마의 상처를 덮어 녹마가 된 저 산천의 푸름을 보며, 우리 땅을 반으로 나눈 그 선도 희미해질 날을 고대한다. 철원/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