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고갈시기가 애초 예상보다 3년 정도 빨라질 것 같다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보고서에서 예상한 시점은 2054년이다. 정부는 2년 전에는 2057년으로 전망했었다.
노후에 연금을 못받는 게 아니냐는 국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보험료율 조정을 포함한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인 이사장 자리가 7개월째 비어있다. 전임 김성주 이사장은 총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1월초 전격 사퇴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 출신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 국정농단사태로 문형표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동시에 처벌을 받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넣어, 수천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전문성·개혁성을 갖춘 후임자를 발탁할 것으로 기대됐다. 대선에서도 국민연금 노후소득 보장 강화, 기금운용 지배구조 혁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 행사 강화와 같은 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낙선 정치인을 임명해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는 김 전 이사장 후임으로 복수의 후보를 검증 중이다. 언론은 김용진 전 기재부 차관 내정설을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갔다가 낙선했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여당의 총선 낙선자용”이냐는 비판이 높다. 김 전 차관과 동향인 정권 실세가 뒤를 민다는 소문도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낙하산은 똑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은 기재부 시절 복지분야 예산을 맡은 적이 있지만, 국민연금 전문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전임자처럼 마음이 콩밭(정치)에 있으면, 본업(개혁)에 전념하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는 “인사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국민연금의 자산은 698조원으로, 세계 3위 연기금이다. 세계 1·2위인 일본 후생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책임자인 미야조노 마사타까와 니콜라이 탄겐은 저명한 금융전문가다. 한국에는 낙선 정치인 외에는 정말 인물이 없는가?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