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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100년 뒤에 거론하자던 작은 문제’ 대만

등록 2020-08-10 15:48수정 2020-08-11 11:46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간다면 대만 문제 때문이다. 마오쩌둥이 100년 뒤에나 거론하자던 대만 문제가 40년도 안 되어 불거지고 있다. 미국은 정말 대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있을까?
정의길

1972년 2월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1972년 2월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작은 문제는 대만이고, 큰 문제는 세계다. 현재 우리는 대만이 없어도 살 수 있으니 100년 뒤에나 거론하도록 하자.”

1972년 2월21일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한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마오쩌둥 중국 주석은 두 나라 관계 정상화에서 최대 걸림돌이던 대만 문제에 통 크게 양보했다.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주저 없이 확인했다. 미국이 앞서 20년 동안 요구하던 사안이었다.

이번주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인사로는 최고위급이다.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 (…) 우리는 중-미 관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피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에 대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관계의 본질이다.

표현 그대로, 문자 그대로다. 그의 말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대만을 건드리면, 중-미 관계는 위협받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없다’는 것이다. 무역전쟁, 기술패권에 이어 남중국해에서 대치로 상승하는 미-중 대결이 파국으로 간다면 그건 대만 문제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를 뛰어넘는 사안이다.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이후 중국에 가장 위중한 ‘안보 방역선’이 된 동남 해안의 통제권 문제다. 중국 지정학의 3대 원칙이 있다. 한족 거주 지역인 중원의 통일, 서북 변경지대의 안정과 통제, 동남 해안의 방역이다.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중국은 혼란과 분열, 붕괴로 치닫는다.

특히 동남 해안 방역은 근대 이후 중국의 운명을 결정해온 문제다. 명나라 초기 인도양까지 진출했던 정화 함대의 대원정이 폐기되고 해금령이 내려진 이후 중국은 중국해의 제해권을 상실했다. 이는 왜구에 이어 유럽 세력의 진출을 허용했고, 중국의 반식민지화로 치달았다.

동남 해안 방역에서 사활적인 지위로 격상되어온 대만이 중국의 영역으로 편입된 것은 명말청초에 불과하다. 그 이전까지 대만은 원주민과 해적들이 설치는 무주공도였다. 아시아로 처음 진출한 포르투갈이 이 무주공도를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포모사로 명명했고, 네덜란드가 식민화했다. 청나라 초기, 왜구 등 동남 해안의 해상세력과 결탁된 정성공이 반란을 일으켜 대만에 근거지를 잡았다. 청의 진압으로 비로소 대만은 중국 영역으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푸젠성 등으로부터 이주한 이들이 지금의 대만인들이다.

청을 본격적으로 쇠망케 한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만을 할양받아 그 지정학적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태평양전쟁의 전세를 바꾼 미드웨이해전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미 해군은 대만을 우선적으로 점령해 일본 본토 공세 작전을 벌이자고 주장했다. 반면, 필리핀에서 패퇴해 도망쳤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필리핀을 먼저 점령하자고 고집을 부려 관철시켰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대만에 미군이 주둔하는 부담을 피하게 됐고, 대만에 대한 주권을 확인하는 지속적인 위력시위도 할 수 있었다.

대만은 중국해를 가르는 중앙에 있다. 만약 대만이 독립하거나 미국과의 군사동맹으로 얽힌다면,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모두에서 제해권을 심각하게 상실한다. 미국이 지금 다시 군사기지를 세워서 대중 봉쇄망의 중추로 삼으려는 필리핀이 중국의 배를 누르는 곳이라면, 대만은 목을 조르는 곳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기에 앞서 당선자 시절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중국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80억달러 상당의 전투기를 대만에 팔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삼가는 등 중국과의 지정학적 대결은 피하려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국과의 대결을 더 격화시키는 미국은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동맹국들을 동원한 해상훈련으로 남중국해 대치로 넘어갔다. 남중국해에서 대치 격화의 다음 수순은 대만 문제가 된다.

미국은 정말 대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있을까? 마오쩌둥이 100년 뒤에나 거론하자던 대만 문제가 40년도 안 되어 불거지고 있다. 그가 세계에 비해 작은 문제라던 대만이 이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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