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 처음 도입된 것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6년이다. 근로자의 재산증식을 돕고, 산업발전에 필요한 투자 자본도 확보하는 ‘1석2조’의 정책이었다. 기본 금리에 정부 장려금을 얹어 준 것은 물론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까지 줬다. 1990년대 중반까지 연 이자율이 14~17%였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월 급여 25만원 이하 근로자가 급여의 30%까지만 저축할 수 있는데도, 3년 만에 저축액이 5032억원(계좌 수 1255만개)에 달했다.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80배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요즘 기준으로는 40조원에 육박한다. 재형저축은 소득 증가 추세 등에 따라 변천을 거듭하다가 2015년 폐지됐다.
이런 제도는 한국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옛 서독은 1961년 도입했고, 일본도 1965년부터 시행했다.
정부여당이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를 만들어 한국판 뉴딜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이디어를 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위원장)은 “재형저축과 취지가 같다”고 말한다. 국민의 재산증식을 돕고, 한국판 뉴딜 관련 사회기반시설과 5G(5세대 이동통신)·인공지능·미래차 등 미래성장산업에 투자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1천조원이 넘는 부동자금도 흡수할 수 있으니 ‘1석3조’다. 이 의원은 “펀드가 100조는 돼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수언론과 미래통합당은 뉴딜펀드에 대해 “관제펀드”라고 공격한다. 우선 원금보장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13일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없는 내용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펀드의 안정성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부여당이 설마 법을 어기겠는가?
연 3% 수익률 예시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1% 이하인 은행 예금금리에 비해 높은 것은 맞다. 하지만 배당에 대한 세율을 낮추면 세후수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소부장펀드’에 투자해 1년만에 5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인 미래성장산업도 잠재력이 크다.
3억원 이하 투자에 대한 ‘배당수익 5% 과세’도 특혜라고 문제삼는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억제,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세입 확대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
정부는 집값 급등에 대해 “과잉 유동성과 초저금리로 인한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여러번 해명했다. 그때마다 부동자금을 흡수해서 활용할 방법을 왜 찾지 않는지 답답했다. 보수가 “뉴딜펀드는 부동산 실패를 덮으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공격하는 것은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행동이다.
만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보수에게 “잘한다”고 박수쳤을까, 아니면 “어리석다”고 나무랐을까?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