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팅팅 ㅣ 중국 베이징대 교수
최근 중국의 ‘쌍순환’ 경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양회’ 이후 시진핑 주석은 국내 대순환을 주축으로 국내·국제 순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14차 5개년 규획(계획)에 따라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
‘쌍순환’ 경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국제적 산업 공급망 재편에 대한 시사점이다. 산업 공급망은 다국적기업 주도 아래 형성된 국제적 분업체계다. 세계적 차원에서 자원배분 효율성 증대와 경제발전 촉진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참여국들의 국내 차원에선 구조적 불균형을 조성한 측면도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국내 문제 완화를 위해 보호주의와 역세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산업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충격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대응정책이 산업 공급망 재편의 또 다른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구조적 불균형은 다국적기업과 그 배후에 있는 금융자본이 국제적 산업 공급망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올린 데 비해 본국 일자리와 세수 측면에선 수혜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 비롯됐다. 최근 양극화 현상과 포퓰리즘·정부부채 등의 문제가 빈발하면서 주요국 정부는 국제 무역·분업 체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리쇼어링’(제조업의 미국 귀환) 등 일련의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 무역전쟁이 미국 국내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순 없다. 강압적 수단에 의한 국제 분업체계 개편 시도는 다국적기업·금융자본과 국내 기타 부문 간의 불균형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빗나가 있다. 리쇼어링 정책은 지난 몇년간 효과가 미미했고, 화웨이 견제에 동참하라고 미국 기업과 우방국 정부를 압박한 것도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최근엔 미국 국내법을 외국에까지 적용하는 이른바 ‘사법 관할권 확대’를 통한 중국 기업 제재와 참여국들에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경제번영 네트워크’ 구상도 내놓았다. 물론 중국 기업의 5세대 이동통신 경쟁 참여 환경을 악화시키고 외국 기업의 대중 교역·투자 관련 이해타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며, 미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만약 대선 뒤에도 이런 정책을 지속한다면 산업 공급망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쌍순환’ 경제는 이와 반대로 대내적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외부 압박과 도전을 극복하려는 접근이다. 중국은 국제적 산업 공급망 참여를 통해 고속성장을 이뤘으나, 후발국 나름의 구조적 난제들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비의 수급 불균형이다. 중국은 그동안 고투자·고수출·저소비의 성장 방식을 유지하면서 소비 수준의 장기 저조로 국내 순환 구조가 왜곡돼 있다. 최근 민간 소비 수요는 급격히 높아졌으나 국내에서 생산된 고품질 상품의 최종 소비는 대부분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 공급을 늘리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다.
국내 산업망의 통합성 강화도 시급하다. 일부 핵심 부품과 원자재의 높은 수입의존도라는 병목현상 외에도, 국내 산업망의 상대적 파편화도 시너지 효과 발휘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요컨대 국내 순환을 주축으로 한다는 것은 단순한 내수진작이나 폐쇄적인 자력갱생이 아니라, 국내의 구조적 불균형을 개선함으로써 국제 분업 체계의 안정적 참여와 새로운 성장동력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무역파트너이자 동아시아 공급망의 주요 참여국·흑자국이기도 하다. 국제 산업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배경과 세계 경제의 저성장·지역화 추세 아래서 중국의 ‘쌍순환’ 경제 추진이 양국에 협력할 기회를 많이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