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주·임형남 ㅣ 가온건축 공동대표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행복이다.” 너무나 자명하고 상식적인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다가 문득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면 막연해진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또한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얻으면 행복해질까? 어디까지 가면 행복해질까?
그러나 의외로 답은 쉽다.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체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전적으로 수긍하지는 않는다. 모두들 언젠가 진정한 행복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한없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며 살고 있다.
내 생각에 행복은 ‘먼 훗날’을 담보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무언가가 아닌 구체적인 어떤 장소이다.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이다. 사람들은 그게 그렇게 단순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더 먼 곳에서 더 어렵게 얻어질 것이라고 찾아다니지만, 행복은 바로 우리 집에 있다. 체온이 남아 있는 이불 속에, 햇살이 내려앉은 낡은 소파에, 보글거리는 찌개 냄비 속에 있다.
냄새, 맛, 소리, 장면, 공간… 그런 다양한 감각이 버무려져서 하나의 통일된 인상이 만들어지는데, 궁극적으로 행복은 ‘온도’라고 생각한다. 그 온도는 몇도라고 계량되는 온도가 아니라, 우리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온기이다. 집은 그렇게 얼었던 마음을 풀어주고 딱딱하게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줄 것만 같은 한없이 넓고 넉넉한 품을 가진 곳이다.
그런데 현대의 집은, 오늘의 건축은 기능과 과시적 형상, 놀라운 조형과 효율에 기본적인 가치를 양보하고 있다. 그로 인해 건축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경제성과 데이터, 경이로운 외관이 앞서고, 건축은 점점 온기도 없고 성찰도 없는 기계와 닮아가고 있다.
현대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 인간에겐 불가능은 없다고 우쭐댄다.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보다 프로그램과 기계를 더욱 믿게 되었다. 애초에 사회성과 시대적인 고민으로 시작되었던 현대건축은 세월이 지나며 인간에 대한 배려 대신 평균과 보편의 수치로 속을 채우고, 인간은 점점 소외되고 도시는 점점 건조해지고 있다.
인류를 강제로 정지선에 세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요즘 가끔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우리가 다시 중심에 놓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멀리 있는 추상명사로서의 행복이 아닌 지금 여기,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집이라는 구체명사로서의 행복을 되찾고 싶다. 온기를 품고 인간을 받아들여주고 안아주는 집이 우리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