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나온 4천만~5천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 변호사 활동 당시 모은 돈을 포함해 집사람이 그 돈들을 모아 비자금으로 만들어 그중 1억2천만원을 내준 것이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던 2015년, 그에게 돈을 받아 경선 기탁금을 냈다는 의혹에 휩싸인 홍준표 의원(당시 경남도지사)은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특활비를 생활비로 썼다는 ‘뜻밖의 고백’에 ‘특활비 횡령’ 논란이 일었다.
특수활동비, 이름부터 뭔가 은밀한 냄새가 난다. 원래 기밀을 필요로 하는 활동에 쓰라고 배정한 국가 예산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드는 경비’라고 규정한다. 집행 내역 공개로 그 기관의 활동상이 다 노출되는 위험을 피하려는 목적이다. 당연히 영수증 등 증빙이 필요 없다. 수령자 사인만 있으면 무사통과다. 그래서 쌈짓돈처럼 쓰였다. 대부분 밥값으로 지급됐다는 언론의 분석도 나왔다.
실제 특활비를 받은 기관장은 조직 장악에 필요한 ‘기름칠 수단’으로 특활비를 활용했다. 국회에선 국회의장·부의장,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가 특활비를 받는데 의원들이 외유를 갈 때 달러로 환전해 경비를 두둑이 챙겨주는 걸 미덕으로 여겼다. 검찰도 다르지 않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수사팀 간부 등 8명에게 70만~100만원씩 격려금을 준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 특활비는 그야말로 특수하다. 정보기관 성격상 익명성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에 ‘대통령 통치자금’으로까지 전용됐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20년 예산에서 특활비 총액은 9563억원이다. 국정원이 7056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 1194억원, 경찰청 745억원, 법무부 193억원 순이다. 2021년 예산안에도 9838억원의 특활비가 편성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84억원 특활비를 문제 삼았다. 지난 9일 여야가 함께 검증에 나섰다. 하지만 구체적 쓰임새 파악엔 실패했다.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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