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에 대한 ‘감찰’이 논란 거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라임 사건 수사 지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사건 무혐의 처분,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주와의 회동 등을 감찰하도록 지시했고,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이 17일 대검찰청을 방문해 조사 일정 조율을 위한 문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대검이 수령을 거부했다. 앞서 검·언 유착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직무 배제와 관련해 검찰총장과 대검 감찰부장 사이의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투명성이 부족한 검찰 내에서도 감찰은 더욱 은밀하게 진행돼온 영역이어서 외부에서 볼 때는 이런 논란들이 낯설기만 하다.
유럽연합 반부패기구인 ‘그레코’(GRECO)는 감찰 절차에 대해 국민들과 검사들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검찰이 온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감찰을 수행하는 기구의 독립성도 강조한다. 검찰에 대한 감찰은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적인 지휘계통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법무부에 독립적 기구인 감찰관실(OIG)이 있다. 감찰관은 450명의 특별수사관과 감사관들을 지휘하며, 법무부 산하의 검찰,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에 소속된 검사·수사관의 비위 사실을 조사하고 정책·회계 감사도 수행한다. 감찰관은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한다. 감찰관은 법무부 장관의 감독을 받지만, 장관이 특정 사안의 감찰을 막을 수 없게 돼 있다. 감찰관은 감찰 및 감사 결과를 장관과 국회에 보고한다. 감찰관실 홈페이지에는 감찰·감사 결과가 상세히 공개된다. 수사받는 친구에게 조언을 해준 검사, 이해관계인이 연루된 수사를 회피하지 않은 검사, 음주운전 검사, 성추행 검사 등의 사례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독립된 감찰기구를 두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경찰과 검찰의 위법 행위를 조사·기소하는 독립기구인 수사감찰국(BIPA)이 2005년 출범했다. 수사기관인 검경이 저지른 위법행위도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믿음을 높이기 위해 창설됐다고 한다. 미국처럼 조사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연간보고서에 형사 처분이 이뤄진 모든 감찰 사건을 요약해 싣고, 2014년부터는 수사감찰국이 다룬 모든 사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처럼 검찰에 대해 별도의 감찰기구를 두고 그 활동 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그에 비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법무부조차 검찰에 대한 감찰을 방기해왔고, 대검찰청이 수행하는 감찰은 ‘셀프 감찰’이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검찰의 권한은 유례없이 강한 반면 그에 대한 감시 장치는 유례없이 허술했던 셈이
다. 그러다 보니 검찰의 인권 유린 사건이나 부적절한 사건 처리, 스폰서와 향응, 검찰 내 성폭력 등 온갖 비위가 은폐되기 일쑤였다. 검찰에 대한 감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논란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존 감찰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