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윤 l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코로나19는 한국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설문조사가 올해 네번 있었다. 2월 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30.0%), 불교(26.2%), 개신교(18.9%) 순서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1월에 진행되었으므로 아직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6월 말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실시한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인식 조사’의 결과를 보면 종교 간의 신뢰도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불교 신자는 ‘온화한’(40.9%), ‘절제하는’(32.0%)이 높고, 천주교인 역시 ‘온화한’(34.1%), ‘따뜻한’(29.7%) 같은 긍정적 이미지가 높았지만, 개신교인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싶은’(32.2%), ‘이중적인’(30.3%), ‘사기꾼 같은’(29.1%)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게 나왔다.
9월1일엔 개신교계 8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코로나19의 종교 영향도 및 일반 국민의 기독교(개신교) 인식 조사’가 있었다. 코로나19를 전후로 종교별로 신뢰도에 변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불교와 가톨릭에 대해서 ‘비슷하다’는 반응이 각각 86.8%, 83.0%로 나와 큰 변화가 없었지만 개신교만 ‘더 나빠졌다’가 63.3%로 높게 나왔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코로나19에 대한 개신교의 전반적인 대응과 관련해서 74.0%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하고, 목사의 정치 참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77.7%로 나왔다는 결과에서 눈치챌 수 있다.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2000년대 이후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의 신뢰도 추락은 방역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이다. 천주교는 236년 만에 미사 중단을 선언하고, 고해성사, 성당 내 각종 단체모임과 결혼식 후 식사 등도 중단했다. 불교계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행사’도 취소하고, 필요시 법당 폐쇄도 자발적으로 실시했다. 아직 사찰에서의 전염 사례가 없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방역 참여를 자비와 희생정신의 발로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11월 말에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종교인식 조사 결과를 보자. 종교별로 느끼는 호감도를 묻는 항목에서 불교가 50.9점으로 가장 호감도 높은 종교 1위를 차지했고, 천주교는 근소한 차이인 50.3점으로 2위였다. 이에 비해 개신교는 28.0점이라는 낮은 점수로 4위에 머물렀다. (3위는 원불교, 6위는 이슬람교였다.)
대부분의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일부 교회는 보란 듯이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두번이나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한 교회의 목사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교회 탄압”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그는 ‘식당은 영업하게 하면서 교회만 왜 예배를 보지 못하냐’고 주장하지만 상업시설도 영리기관도 아닌 교회가 식당을 경쟁 상대로 여기며 형평성을 외치는 순간, 추락하는 건 교회다. 개별 교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교단과 교회연합체들 역시 방역 지침을 ‘종교 탄압’이라고 비난했다. 공공연히 거부 의사를 밝히며 정부와 마치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는 듯했다. 종교는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자칫 국민들의 눈에는 ‘교계의 방역 탄압’으로 보일 지경이다.
일부 개신교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긴 하더라도 전체 개신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개신교는 하락하는 사회적 신뢰도를 더 이상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란다. 혐오와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실천을 통해 반전은 가능하다.
크리스마스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분이 이 땅에 남기신 뜻을 새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건 이 한 문장이지 않을까.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여, 그분은 이러실 분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