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플렉켄슈타인ㅣ런던정경대 사회정책학과 부교수
지난해 이맘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낸 유럽 사람들은 가족·친구들과 함께 보낼 새해 전야 모임을 기다렸다. 들뜬 마음과 다짐으로 새해를 맞이한 유럽인들은 금세 2020년이 여느 해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아시아에서 퍼지기 시작해 유럽에 도착한 것이다. 유럽 전역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고, 각국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국적인 봉쇄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를 겨울잠에 빠뜨리고도 사망자 급증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각각 7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잘 대처했다는 평을 듣는 독일도 3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나왔다. 유럽 상황을 보면, 코로나 사태에 잘 대처한 한국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유럽이 한국의 위기관리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실패였다.
세계는 지금 두번째 코로나 대유행의 한복판에 있다. 백신의 성공적 개발은 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비추고 있지만, 유럽은 새해에도 적잖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영국은 지난 8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해, 아흔살 할머니가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접종받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진전이지만, 수천만명 규모의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려면 군사작전 수준의 노력이 수개월 동안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집단면역’ 상태에 이르기 위해 전체 인구의 60~70%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독일 보건부 장관은 내년 여름에는 인구의 60%가 백신 접종을 마치기를 희망하고 있다. 결국 코로나 대유행은 내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시민들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고, 정부는 보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시민들의 고용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가속화할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지원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경제 전략을 갖춘 산업 정책이 요구된다. 이제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더 경제적이고 더 환경친화적이고 더 지속가능한 경제 체계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실업 문제는 실업자를 보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 구조의 변화로 쓸모없게 된 기술을 소유한 이들을 위한 기술 훈련 정책이 함께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구직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노동 생산성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 경제 전체가 이득을 보게 할 것이다. 노동력을 더 잘 활용해야 하는 고령 사회에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쓰였다. 새해에도 쉽지 않을 것이고, 많은 나라가 세금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솔직해야 한다. 증세는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펼쳐진 비상사태를 이해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시민들을 믿고, 취약층을 보호하고 코로나 사태의 부담을 나눠 지자고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유럽과 한국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난국을 벗어나기 위한 혁신 정책을 서로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럽의 많은 사망자 수에서 보듯,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터널의 끝에 서 있다. 우리가, 어딘지 모를 ‘정상’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긴 여정이 남아 있다. 앞으로 몇달은 코로나 사태 해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회복에도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