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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AI 시대’에 소환되는 이창호 / 김창금

등록 2021-01-20 15:50수정 2021-01-21 02:41

“인공지능(AI)은 흑 우세라고 하네요.” “이렇게 두면 한집 안 되게 나쁘다네요.”

바둑 국제기전에서 해설자들이 하는 말의 일부다. 자기 생각도 밝히지만, “궁금해서 안 되겠네요. 인공지능에 찍어볼게요” “가장 큰 자리는 입구자라고 제시하고 있네요”라고 참고를 한다.

인간은 신은 아니지만 기계보다는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통적인 관념이다. 그런데 2016년 알파고 등장 이래 5년 만에, 바둑 해설을 들으면 이젠 인간이 기계 아래에 들어간 것 같다. 인공지능 의존증이 심하다. 시청자들도 “0.36집이나 0.9집 우세하다는 계산이 나오네. 바둑은 반집, 한집 단위로 이기는 것 아닌가”라며 혼란스런 반응을 보인다. 반집, 한집으로 승패를 가리는 인간의 룰과 달리 기계는 소수점까지 우열의 차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바둑 기사들도 인공지능의 수와 일치율이 높을 경우 성적을 낸다고 믿는다.

바둑의 역사에서 인공지능 같은 ‘계산 바둑’은 이창호 9단에게서 시작했다. 그 이전의 바둑도 물론 계산은 했지만 고수들이 정한 정석의 바둑이거나, 도나 예의 영역에 있었다. 이창호는 ‘전신’ 조훈현이나 ‘우주류’의 다케미야 마사키, ‘미학’을 추구한 오다케 히데오 등과 달리 ‘반집 승부’라는 ‘계산의 게임’을 만들어냈다. 상대가 도발해도 돌부처처럼 참는 것은 10집을 이기나 반집을 이기나 똑같기 때문이다. 이창호의 계산과 이기는 바둑은 알파고 논리의 출발점인 셈이다.

현재 한국 바둑의 대세는 신진서와 박정환 9단이다. 둘의 인공지능 학습 속도는 엄청 빠르다. 하지만 바둑계에서는 신진서나 박정환이 최정상에 있는 것은, 인공지능의 수를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수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모든 기사가 기계를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따라 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의 압도적인 계산력 앞에 바짝 엎드려 있지만, 인간의 창조력이 다시 판을 뒤집기를 바라는 것이 팬들의 바람이다. 패러다임을 바꾼 이창호나 ‘나는 이창호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바둑을 편 이세돌, 인간의 감각을 중시하는 유창혁 등이 소환되는 이유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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